
■ 역사 속의 This week
“나 지금 자네에게 휴대전화로 전화하고 있어. 손에 들고 다니는 전화기 말이야.” 1973년 4월 3일 모토로라의 선임연구원 마틴 쿠퍼는 뉴욕 맨해튼 거리에서 자신이 개발한 벽돌만 한 전화기에 대고 이렇게 자랑했다. 상대는 경쟁사인 AT&T 산하 벨 연구소 소장 조엘 엥겔이었다. 훗날 쿠퍼는 이날 세계 최초의 휴대폰 통화를 회상하며 “그때 수화기 너머로 침묵이 흘렀고, 아마 엥겔이 이를 갈고 있었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당시 AT&T는 자동차용 휴대폰(카폰)에 집중하고 있었다. 쿠퍼는 카폰을 보며 개인번호가 있는 전화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TV 드라마 ‘스타트렉’의 커크 선장이 사용하는 휴대용 통신기를 보고 영감을 얻은 그는 가지고 다니며 통화하는 전화기 개발에 매진했다. 쿠퍼는 시간이 흐른 뒤, 시카고의 작은 회사였던 모토로라가 세계 최대 통신 회사인 AT&T보다 먼저 휴대전화를 개발한 비결에 대해 “그들이 우리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기 때문에 우리가 기회를 선점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인류 최초의 휴대폰 통화가 이뤄진 다음 날 시카고 트리뷴은 “택시나 버스를 타고 가면서 또는 길을 걷거나 쇼핑을 하면서 휴대용 무선 전화기로 통화할 수 있게 될 날이 머지않았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상용화되기까지 10년이 걸렸다. 제조 문제와 정부 규제 때문이었다.
1983년 드디어 모토로라는 세계 최초 상업용 휴대전화 ‘다이나택 8000X’를 출시했다. 무게가 1㎏이 넘고, 길이가 25㎝나 돼 ‘벽돌폰’, 신발처럼 생겨 ‘신발폰’이란 별명이 붙었다. 가격은 3900달러(약 510만 원), 현 시세로 1만2000달러(1700만 원)에 달한다. 배터리를 완전히 충전하는 데 10시간이 걸렸고 30여 분밖에 사용하지 못했다.
이후 모토로라는 1989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플립형 휴대폰 ‘마이크로택’을 내놨다. 이어 1996년 출시한 최초의 폴더폰인 ‘스타택’은 와이셔츠 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사이즈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국내에 휴대전화 서비스가 도입된 것은 1988년 7월로 첫 국산 단말기는 그해 9월 서울올림픽에 맞춰 선보인 삼성의 ‘SH-100’이다.
쿠퍼는 첫 휴대폰 통화 성공 50주년을 맞은 지난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50년 전엔 전화가 오늘날처럼 휴대용 컴퓨터가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고 했다. ‘휴대폰의 아버지’로 불리는 그는 “다음 세대는 귀밑에 심은 폰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또한 “피부에 심은 기기는 충전할 필요가 없으며 우리 신체가 완벽한 충전기”라고 했다. 음식 섭취를 통해 우리 몸이 만드는 에너지로 귀밑 기기가 작동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지은 기자 kimjieu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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