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국가장학금 대상 확대”
매년 고정비용 1조원 들어

민주 “전국민에 25만원씩”도
지급하려면 약 13조원 소요

“나라살림 외면” 비판 거세


‘4·10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여·야 정치권이 표를 얻기 위한 공약을 남발하면서 어느 쪽이 승리하든 간에 내년 예산 편성 과정이 지난(至難)한 길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1일 경제부처와 정치권에 따르면 여당인 국민의힘은 지난 31일 “내년에 5세부터 무상교육·보육을 실시하고 4세, 3세로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국민의힘은 현재 3∼5세 유치원·어린이집 재원에 국고로 공통 지원되는 유아 교육비와 보육료 월 28만 원을 유치원은 표준 유아 교육비 수준인 55만 원까지, 어린이집은 표준보육비를 포함해 현장 학습비, 특성화 활동비 등 기타 필요 경비 수준까지 대폭 상향하겠다고 밝혔다. 이 공약을 실행하는 데 얼마나 많은 재원이 필요할지 현시점에서 정확히 계산하기는 어렵지만, 매년 소요 예산이 상당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 추산이다.

국민의힘이 밝힌 국가장학금 지급 대상을 ‘소득 8구간 이하’(100만 명)에서 ‘소득 9구간 이하’(150만 명)로 늘리겠다는 구상도 추가 인원에게 200만 원씩만 줘도 매년 고정 비용으로 1조 원이 드는 대규모 공약이다. 국민의힘이 내놓은 ‘생필품 부가가치세 세율(10%)의 한시적 5%로 하향 조정’ 공약에 대해서도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나라살림 운용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야당 역시 무책임하기는 마찬가지다. 더불어민주당은 ‘민생회복지원금’이라는 명목으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 원 지급을 제안했는데, 이는 선거를 앞두고 국민에게 돈을 나눠주기 가장 쉬운 방법인 ‘현금 지급 방식’이다. “사실상 매표(賣票) 행위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 원을 주려면 약 13조 원이 드는 것으로 추산된다. 민주당은 저출생 대책으로 자녀 1인당 만 18세까지 월 20만 원 아동 수당을 지급하자는 공약 등도 내놓았다.

이에 따라 당장 오는 5월 각 부처에서 예산 요구를 받아서 8월 말까지 내년 예산안을 편성해야 하는 기획재정부에 비상이 걸렸다. 내년 예산에서는 올해 예산에서 크게 깎인 연구·개발(R&D) 예산을 대폭 증액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더욱이 정부가 최근 잇따라 발표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 각종 사회간접자본(SOC) 예산도 투입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기재부의 ‘2023∼2027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내년 예산은 올해보다 4.2% 늘어난 684조4000억 원 안팎으로 짜는 것으로 계획돼 있다. 내년 총지출 증가율을 4.2%로 억제한다고 해도 관리재정수지는 72조200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에서 당초 계획보다 재정 지출을 크게 늘리면 나라 살림 적자 폭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세종 관가(官街)에서는 “예산 당국인 기재부 예산실에서 총선 공약의 ‘옥석 가리기’에 나서고, 일의 순서를 정해 내년 예산 투입 규모 등을 최소화하려고 하겠지만, 워낙 재원이 많이 드는 공약이 많기 때문에 내년 예산 편성이나 중기 재정관리에 어려움이 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
조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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