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비키퍼’ 내일 개봉

3일 개봉하는 영화 ‘비키퍼’(연출 데이비드 에이어)는 할리우드 액션 스타 제이슨 스테이섬의 ‘존 윅’이다. ‘비키퍼’의 스테이섬은 과묵하단 점에서 ‘존 윅’의 키아누 리브스와 비슷하지만 정장이 아니라 작업복을 입으며 더 우직하고 고민하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적에게 맞지 않는다.

애덤 클레이(제이슨 스테이섬)는 조용한 시골에 사는 양봉업자(beekeeper). 고독한 그에게 유일한 친구는 이웃에 사는 엘로이즈다. 그러던 어느 날 엘로이즈가 보이스피싱 사기에 속아 전 재산을 잃고 삶을 포기한다. 이에 분노한 클레이는 복수를 결심한다. “법이 역할을 못하면 내가 나서는 거야”란 말과 함께. 그리고 보이스피싱 집단을 말 그대로 아작 내며 ‘참교육’을 한다.

그는 사실 ‘비키퍼’라는 비밀기관의 요원이었다. 세계 정의와 질서를 수호하는 비키퍼는 한 명 한 명이 ‘인간 병기’. 미 중앙정보국(CIA)도, 연방수사국(FBI)도 ‘비키퍼’의 명성과 위력 앞에선 벌벌 떤다. 보이스피싱의 가장 윗선 데렉 댄포스(조시 허처슨)에게 전직 CIA 국장으로서 그를 도와주던 월레스 웨스트와일드(제러미 아이언스)는 말한다. “비키퍼가 뭐냐고? 비키퍼가 널 죽인다고 마음먹으면 넌 이미 죽은 거야. 아마 네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볼 눈동자일 거다.”

조직 생활을 은퇴한 후, 조용히 살고 있던 주인공이 유일하게 정을 줬던 대상의 복수를 위해 나선다는 이야기 구조는 ‘존 윅’과 같다. 맨몸으로 적진에 들어가 사실적이고 잔혹한 액션을 구사하며 악당들을 모두 처리한다는 점도 유사하다. 뼈가 부러지고, 이가 나가고, 손가락이 잘려나가는 악당들을 보며 통쾌함을 느끼게끔 한다.

액션의 화끈함만 보면 우직한 ‘비키퍼’가 고민이 많아 보이는 ‘존 윅’보다 한 수 위다. 클레이는 영화에서 적들에게 별로 맞지도 않는다. ‘존 윅’이 고생담이라면, ‘비키퍼’는 응징담이다. 그런 면에서 ‘범죄도시’ 시리즈의 마동석이나 예전 할리우드 액션 장인 스티븐 시걸도 연상된다.

다만 작업복을 입고 휑한 머리로 적진을 누비는 비키퍼는 정장 차림으로 멋들어지게 머리칼을 휘날리는 존 윅에 비해 폼이 안 난다. ‘존 윅’ 시리즈처럼 판타지를 자극하는 요소가 별로 없다는 얘기다. 4000만 달러의 제작비를 들인 영화는 글로벌 흥행수익 1억50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흥행했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이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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