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결혼했습니다 - 정재열(31)·임솔빈(여·30) 부부
저(솔빈)는 남편과 연애를 시작한 지 정확히 1년째 되던 날, 법적 부부가 됐습니다. 소개팅으로 만난 남편에 대한 첫인상은 사실 별로였어요. 지난 2021년 크리스마스 다음 날 이태원역 3번 출구 앞에서 처음 만났는데, 남편이 약속 시간보다 15분 늦었어요. 지각에 복장도 불량이었죠. 추운 날씨에도 잔뜩 꾸미고 나온 저와 달리, 남편은 검은색 롱패딩을 입고 왔어요. 옷에서부터 소개팅 상대가 너무 편한 마음으로 나온 것 같아 기분이 좋진 않았어요.
하지만 모든 게 반전의 연속이었어요. 남편은 저와의 첫 만남이 긴장돼 반대 방향 지하철을 타서 늦었던 거였어요. 추위에 떨었을 저를 걱정해 오자마자 제게 핫팩을 건네줬어요. 문제의 롱패딩은 혹시나 제가 추워하면 벗어주려고 소개팅 직전에 큰마음 먹고 샀던 거였죠. 그날 헤어지는 게 아쉬울 만큼 대화가 즐거웠어요. 남편은 저와 첫 소개팅에서 속으로 앞으로의 미래까지 그려봤대요. 누가 봐도 김칫국이죠. 하하.
두 번째 만남, 남편이 책 선물과 함께 떨리는 목소리로 고백했어요. 긴장돼 제 눈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한 남편 모습에서 진심이 느껴졌어요. 2022년 1월 9일, 그렇게 저희는 연인이 됐어요. 그리고 연애 1주년인 지난해 1월 9일, 혼인신고를 하며 부부가 됐어요. 약 열흘 뒤 신혼집을 구해 같이 살기 시작했죠. 같은 해 7월 1일 결혼식을 치렀어요. 사실 저는 원래 비혼주의였지만, 남편을 만나면서 결혼하지 않을 이유가 없게 됐어요.
저희 부부에겐 루틴이 있어요. 남편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잘 잤는지 묻고 제게 가벼운 뽀뽀를 해요. 이어 남편은 각종 영양제와 유산균을 챙겨 문 앞에 붙여놓고 출근해요. 각자 밖에서 하루를 보내고, 집에 돌아와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하루를 복기하는 대화를 나누다, 서로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손을 꼭 잡은 채 잠에 들어요. 결혼 후 사랑하는 사람과 소소한 행복을 누리며 하루를 채우는 게, 저희 부부의 꿈이 됐어요.
sum-la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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