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프랑스 파리의 프랑스 주택부 앞에서 사람들이 ‘지붕은 권리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달로 법 적용을 요구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프랑스 파리의 프랑스 주택부 앞에서 사람들이 ‘지붕은 권리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달로 법 적용을 요구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프랑스에서 지난달 31일(현지시간)을 기해 겨울철 세입자 퇴거 중지 기한이 끝나면서 약 14만 명이 길거리에 나앉을 위기에 처했다.

1일 프랑스 일간 리베라시옹에 따르면 프랑스에서는 이날부터 집주인이 월세를 못 낸 세입자나 소음공해를 일으킨 세입자, 주거 규정을 지키지 않은 세입자 등에게 퇴거를 요구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 1일부터 시작된 ‘동계 세입자 퇴거 중지 기한’이 지난달 31일 종료됐기 때문이다. 프랑스에서는 겨울철 세입자의 안정된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특별한 사유를 제외하곤 넉 달가량 퇴거시킬 수 없다. 주거 접근성을 위한 부처 간 대표단에 따르면 올해엔 약 14만 명이 공권력에 의해 또는 퇴거 압박에 자발적으로 집을 떠날 위기에 놓였다.

이미 지난해 취약 계층의 강제 퇴거 사례가 급격히 증가, 올해는 상황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프랑스 정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강제 퇴거당한 가구는 총 2만1500가구로, 2022년의 1만7500가구보다 23%가량 늘어났다. 여기에 지난해 6월 무단 거주자에 대한 처벌 수위가 강화됐고 월세 미납 시 집주인이 퇴거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도록 법이 바뀌어 취약층 세입자가 설 자리는 더 좁아졌다. 특히 올해는 올림픽 특수를 노려 기존 세입자를 내보내고 단기 임대나 에어비앤비 같은 공유형 숙박시설로 전환하려는 집주인도 늘고 있어 상황이 더 안 좋다.

프랑스 국가인권자문위원회는 "프랑스 국민 5명 중 1명이 월세·관리비 납부 어려움이나 난방 고민 등 주택 위기의 영향을 받고 있다"며 "이에 대한 정부의 체계적이고 광범위한 대응이 시급하다"고 주문했다.

이현욱 기자
이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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