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각장애인 호소글 올려
“중증환자 상처 싸매주기를”

교수 근무축소후 현장 ‘비상’


지난 1일 2000명 의대 증원 조정 여지를 보인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에도 의·정 간 갈등이 지속되자 정부와 의료계를 향해 대화와 타협을 촉구하는 환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일 의료계에 따르면 손남숙 경기 구리시 시각장애인협회장은 1일 울산의대 교수 비대위 홈페이지에 ‘한줄기의 등불이 되어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의료계와 정부의 대화를 촉구하는 글을 올렸다. 2021년과 2023년 서울아산병원에서 각막 이식 수술을 받았다는 손 회장은 “최근에 협회 어르신 한 분의 각막 이식 수술이 일련의 사태로 연기됐다”며 “마지막으로 가족 얼굴 한 번 더 보는 게 소원이라고 울먹이시는 어르신의 모습이 너무도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이제는 소모적인 논쟁보다는 이해와 양보로 타협점을 찾아 힘들어하는 중증 환자의 눈물을 닦아주고 상처를 싸매줄 때”라고 호소했다. 김성주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대표는 “정부와 의료계가 국민과 환자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먼저 논의해야 하는데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나 의료계의 입장문에는 모두 이 내용이 빠졌다”며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환자들이 무기력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 공백 사태’ 7주차를 맞은 의료 현장은 교수들의 주 52시간 근무와 외래 진료 최소화로 응급환자 진료마저 대폭 축소되고 있다. 이날 서울대병원 응급실 앞에서 만난 A(70) 씨는 간암을 앓는 남편의 입에서 혈액이 흘러 급히 응급실을 찾았으나 병원 내 입원 가능한 병상이 없다는 이유로 22시간째 대기 중이었다. 80대 말기 암 환자의 보호자인 심모(42) 씨는 “입원 병상이 없어 교수가 급하게 전원을 시키려고 하는데 2차병원에서도 병상이 없어 와 봐야 응급실에서 버티는 정도라고 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이날 정부는 “집단행동 장기화로 의료 역량이 다소 감소하는 상황이 일부 감지되고 있다”며 “총 27개 중증응급질환 중 일부 진료가 제한되는 권역응급의료센터 수가 10곳에서 14곳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한 ‘빅5’ 병원 교수는 “응급·중증환자 진료를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응급실은 전공의 집단 이탈 이후 평시의 50%만 가동되고 있다”며 “교수들이 체력적 한계에 다다르면서 36시간 연속 근무 후에는 ‘오프’를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율·김린아·전수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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