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일주일 남짓 앞두고 ‘선심성 돈 풀기’ 포퓰리즘 공약이 횡행한다. 표를 얻기 위해서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내년에 5세부터 무상교육·보육을 실시하고 4세, 3세로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 원 지급을 제안하고, 저출생 대책으로 자녀 1인당 만 18세까지 월 20만 원 아동수당을 지급하는 공약을 내놨다.
이 공약을 실행하는 데 수십조 원의 예산이 필요해 보인다. 2025년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72조2000억 원, 국가채무가 1273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공약에 따른 새로운 예산이 추가되면 천문학적인 재정적자가 불가피할 것이다. 잘못하면 국가 경제가 파탄에 이를 수 있다.
재정적자를 보전하기 위해서는 증세나 채권을 발행해 재원을 조달해야 한다. 그런데 증세로는 재원 확보가 쉽지 않다. 조세 저항이 심해 세금 올리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또, 세금을 올리면 국민의 조세 부담이 늘어나 일할 인센티브가 떨어지고 조세 회피가 늘어 전반적인 생산성이 약해지며 조세 수입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는 채권을 발행해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가 채권을 발행해 재원을 마련하는 것은 경제가 쇠퇴하게 한다. 정부가 채권을 발행하는 것은, 새로운 자금을 만들어 내는 게 아니라 민간의 저축된 자금이 정부의 수중으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민간의 자금이 정부 수중으로 넘어가면 사람들이 원하는 저축의 사용처가 관료나 정치인들이 원하는 사용처로 바뀌게 된다. 그 사용처는 대부분 정치적으로 결정되므로, 민간의 수중에 있으면 더 더 효율적으로 쓰였을 자금이 비효율적으로 사용된다. 이는 사회의 저축이 낭비됨을 의미한다.
저축은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자본축적의 원천이다. 저축이 있어야 자본재 생산이 증가하고 그에 따라 생산성이 향상돼 경제가 성장한다. 저축이 비효율적으로 사용되면 자본재 생산이 줄어 경제성장이 둔해진다. 따라서 정부가 채권을 발행해 국가부채를 늘리는 것은 사회의 저축을 낭비함으로써 경제가 쇠퇴하게 한다. 그러면 재정 적자가 누적돼 국가부채가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국가부도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아르헨티나·그리스·이탈리아의 국가부도나 재정 위기가 포퓰리즘 정책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잘못하면 우리나라가 이런 처지로 전락할 수 있다.
국가부채를 늘리면서 포퓰리즘 정책을 실행하는 것은 도덕적으로도 옳지 않다. 현세대의 이익을 위해 후세대를 희생시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는 후세대에 대한 강탈이나 다름없다. 전영준 한양대 교수가 올해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세대 간 회계를 통한 재정지속성 평가’에 따르면, 2000년 이후 태어난 세대는 복지와 재정 지출을 감당하기 위해 평생 소득의 40%를 세금으로 내야 할 것이라고 한다. 현재의 유권자가 장래의 납세자와 시민에게 빚더미를 넘겨주면서 그들을 가난하게 만드는 것은 그야말로 부도덕하다.
부도덕하고 국가경제를 파탄에 이르게 할 포퓰리즘 정책 남발은 결코 국가와 국민을 위한 길이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선심성 공약이 아니라, 국가의 장래와 미래 세대를 위해 경제의 역동성을 높일 수 있는 구조 개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