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한 한림대 교수·정치학

온갖 논란 속에 진행 중인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는 이제 한 주 정도 지나면 그 결과가 나올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후보 자질론은 어느 선거 때보다 크게 불거져 있다. 정책 공약과 검토는 눈에 잘 띄지 않고 귀에 잘 들리지도 않는다. 대신에, 과거 선거라면 이미 사퇴했을 후보들의 흠결과 막말이 주로 거론될 뿐이다. 이러한 네거티브 선거의 주 당사자는 국회의원 후보들이나, 그들의 문제점은 익히들 알고 있으니 여기서는 다른 두 가지 요인을 지적해 본다.

먼저, 선거제도에 기인하는 부분이다. 4년 전 제21대 총선에 처음 도입된 이른바 준연동형 비례대표 제도는 이미 여러 심각한 문제가 만천하에 드러났으나, 국회 다수당의 속내에 따라 유지돼 이번 선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제도 명칭과 법 조항에서만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출을 지역구선출에 연동한다고 할 뿐, 실제로는 주요 정당이 비례정당을 따로 만들어 선거에 임하고 있으므로 전혀 연동되지 않는다. 전국 단위의 한 선거구에서 비례대표 국회의원 46명을 선출하는 방식일 뿐이다.

투표지 분류기를 사용하지 못할 정도로 긴 비례대표 투표용지에서 알 수 있듯이, 이번 선거에는 40개 정당이 지역구 또는 비례대표 후보를 냈다. 이처럼 많은 정당이 선거에 참여하는 상황에서는, 진성 지지자를 확보한 정당이 유리한 결과를 얻는다. 그래서 국민 다수가 혐오하더라도 특정 소수가 환호할 노이즈 마케팅이 판친다. 더욱이 거의 모든 정당이 지지보다 비판을 더 많이 받는 상황이니, 너도나도 경쟁 정당을 욕하는 네거티브 캠페인에 집중한다.

제21대 국회에서 비례(比例)대표 의원 중 일부는 ‘비례(非禮)’의 대표 격이었다. 이들 중 상당수가 이번 총선에서도 공천을 받았다. 막말이 공천에 흠결이 아니라 오히려 훈장처럼 작동한 것을 넘어 당선에 도움이 된다면 제22대 국회는 더욱 암울할 수밖에 없다.

설사 향후 총선에서 진정한 연동형 비례대표 방식이 채택된다고 하더라도, 유권자의 정당표 집계가 민의를 잘 대표하지 않는 한 네거티브 선거는 완화되지 않을 것이다. 실제 효과 면에서 민주적이지 않은 어설픈 선거제도가 한국 민주주의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한다.

다음은, 유권자에 기인하는 네거티브 선거 부분이다. 정치인의 막말을 사이다 발언으로 여기고 네거티브 캠페인에 환호하는 유권자가 적지 않다. 그들은 특정 정파에 무조건적 환호 또는 무조건적 비판을 가하면서 주인의식을 느끼기도 하지만 이는 착각에 불과하다. 사실은 예속된 삶을 지속할 뿐이다. 이런 유권자가 바뀌지 않는 한 막말과 네거티브 캠페인에 의존하는 정치인은 자신의 세(勢)를 잃지 않을 것이다.

이번에도 상대 진영을 ‘심판’하겠다는 구호가 난무한다. 옳고 그름을 판단해 승패를 가리는 결정은 선수가 하는 것도 아니고, 특히 그릇된 선수가 하는 것도 아니며, 이미 한쪽으로 치우친 심판이 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심판은 오직 보편적 가치관을 지닌 유권자의 의무이자 권리다. 바람직한 선거 결과는 국민 다수의 뜻이 잘 반영된 것이다. 그러려면 양식 있는, 말 없는 다수 유권자가 투표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선거는 어떤 정치 과정보다 말 없는 다수의 뜻이 잘 반영될 수 있는 정치적 공간이다.

김재한 한림대 교수·정치학
김재한 한림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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