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때 새 진보후임 지명해야” 트럼프 집권때 긴즈버그 사망후 보수인사 임명… 대법재편 ‘악몽’ 민주 상원의원들도 우려 목소리
워싱턴=김남석 특파원 namdol@munhwa.com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대선 관련 여론조사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앞서자 진보 진영 내에서 진보성향 연방대법관 중 최연장자인 소니아 소토마요르(69) 대법관 용퇴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진보 아이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1933∼2020) 전 대법관이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중 숨지면서 대법원 이념 구도가 보수 우위로 재편됐던 악몽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지만, 아직 60대로 적극 활동 중인 소토마요르 대법관에게 중도하차 요구는 무리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
3일 NBC뉴스 등에 따르면 진보 성향 평론가 메흐디 하산은 최근 가디언 기고에서 “바이든이 경합주에서 트럼프에 뒤지고 민주당이 상원 과반을 잃을 수 있다. 현재 대통령이 민주당이고 상원 다수당도 민주당인데 왜 위험을 감수해야 하느냐”며 소토마요르 대법관 용퇴를 주장했다. 또 다른 진보논객 조시 배로 역시 애틀랜틱을 통해 “올해 그가 대법원을 떠나면 바이든 대통령은 젊고 신뢰할 수 있는 진보적 판사를 후임으로 지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움직임은 긴즈버그 전 대법관 사망이 가져온 아픈 기억 때문이다. 긴즈버그 전 대법관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고령 등을 이유로 사퇴요청을 받았으나 거부했고 트럼프 행정부 때인 2020년 췌장암으로 숨을 거뒀다.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후임으로 보수 성향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을 지명했다. 보수 6명·진보 3명으로 재편된 대법원은 여성낙태권을 인정했던 ‘로 대 웨이드’ 판결 폐기 등으로 미국 사회 보수화를 가져왔다.
민주당 상원 의원들 사이에서도 긴즈버그 전 대법관 사태 재현 가능성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나왔다. 리처드 블루먼솔 의원은 “소토마요르 대법관을 존경한다”면서도 “대법관은 자신의 건강과 활력 수준에 대해 결정을 내려야 하지만 더 큰 국가적, 공익적 관심사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셸던 화이트하우스 의원 역시 “보수 7명 대 진보 2명이 되면 완전한 마가(MAGA·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세력) 법원으로 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반론도 나온다. 긴즈버그 전 대법관이 사퇴를 요청받은 2014년 81세였던 반면,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12세나 젊기 때문이다. 앤드루 베이츠 백악관 부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은 은퇴 결정은 대법관 스스로 내려야 한다고 믿는다”며 선을 그었다.
최근 후원금 모금에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뒤졌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3월 6560만 달러(약 887억 원) 후원금을 모금했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 측 선거자금은 3월 말 기준 9310만 달러로 급증해 바이든 대통령과의 자금 격차를 좁힐 것으로 기대됐다. 한편 성추문 입막음 재판을 담당하는 뉴욕 맨해튼형사법원의 후안 머천 판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 측 재판연기 요청을 기각하고 15일 재판 개시 일정을 재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