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선수출전’ 등 민감사안 언급

토마스 바흐(사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아프리카 외교관을 사칭한 러시아 유튜버들의 장난 전화에 속아 난처한 상황에 놓였다.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의 파리올림픽 출전 적정성 판단을 위한 특별 패널 운영 등 대외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언급한 때문이다.

3일 올림픽 전문 매체 인사이드더게임스에 따르면 바흐 위원장은 아프리카연합위원회(AUC) 위원장을 사칭한 러시아 유튜버 보반, 렉서스와의 42분간 통화에서 “IOC 차원에서 인터넷, 언론, 공개 성명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문제 되는 발언을 한 선수들은 올림픽에 참가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바흐 위원장은 이어 “우리는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선수나 임원들의 행동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부연했다.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징계로 올해 7월에 열리는 파리 올림픽에 ‘개인 중립 자격’으로만 출전할 수 있다. 군대와 관련 있거나 침공을 지지하는 선수는 올림픽에 참가할 수 없는데, 바흐 위원장은 이러한 규정 준수 여부를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힌 것이다.

또 바흐 위원장은 러시아가 올해 개최할 예정인 스포츠 행사 ‘우정 대회’에 아프리카 국가들이 참가를 자제하면 좋겠다고 요청하기도 했다. 보반과 렉서스는 바흐 위원장과의 통화 내용을 2일 자신들의 채널에 게시했다. 보반과 렉서스에게 속은 인사는 한둘이 아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지난해 이들의 전화에 속아 “우크라이나 전쟁에 피로를 느낀다”고 속내를 드러내 논란이 된 바 있다. 이외에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 등도 속은 것으로 전해졌다. 3일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바흐 위원장의 발언과 관련, “IOC가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선수단 관련 정보 제공을 요청한 것은 음모에 해당한다”며 조사를 촉구했다.

이현욱 기자 dlgus3002@munhwa.com
이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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