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숲 속 재봉사의 옷장
최향랑 지음│창비


꽃잎과 씨앗, 나뭇잎과 열매, 조개껍질 같은 자연의 재료를 모아 작업하는 최향랑 작가의 반가운 신작이다. 2010년 처음 출간돼 어린이들의 베스트셀러이자 어른들의 스테디셀러가 된 ‘숲속 재봉사’ 시리즈의 네 번째 책이다.

깊고 깊은 숲속에 사는 옷 만들기 좋아하는 재봉사는 여전히 뜨개질하는 강아지, 레이스 뜨는 거미, 가위질하는 거위벌레, 길이 재는 자벌레와 함께 밤낮없이 달달달달 조물조물 숲속 친구들을 위해 옷을 만든다. 이번엔 좀 더 특별한 것을 준비했다.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 옷장이다. 옷장 속 옷들은 신기하게도 입는 친구들의 몸에 맞춰 커지고 또 작아진다.

숲속에 봄이 와 봄 옷장이 열리자 개구리, 곰, 담비와 오소리가 찾아온다. 그 안에는 점무늬 꽃잎을 바느질해 만든 하늘하늘한 산철쭉 드레스, 동글한 잎을 나란히 이어 만든 괭이밥 망토, 취리릭 돌면 차르륵 흔들리는 민들레 치마와 맨드라미 씨앗 단추를 단 금낭화 반바지가 걸려 있다. 산철쭉 드레스는 진짜 산철쭉 꽃잎으로, 망토는 괭이밥 잎으로, 민들레 치마는 말린 민들레잎으로 최 작가가 한 땀 한 땀 정성을 다해 오리고 붙여 만든 것들이다. 동물 친구들은 마음에 드는 옷을 꺼내 입고 재봉사와 강아지, 거미, 거위벌레, 자벌레와 함께 봄 햇살 가득한 숲에서 신나게 논다. 이렇게 여름, 가을, 겨울 옷장이 열리고 숲속 친구들은 새 옷을 입고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그림책의 한 장면 한 장면 모두 작가가 직접 자연의 재료와 색종이를 오리고 붙인 콜라주 작업과 세심한 촬영을 통해 만들어졌다. 자연이 담긴 그림책. 그림도 예쁘고 재봉사는 친구들을 위해 옷을 만들고, 친구들은 그 옷을 입고 더없이 행복해 하는 예쁜 마음이 가득하다. 마지막 장에 이르면 다시 제일 첫 장으로 돌아가고 싶어진다. 52쪽, 1만6000원.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최현미

최현미 논설위원

문화일보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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