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들은 어떻게 베스트셀러를 만들었을까
쓰지 유미 지음│유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독서량 최하위, 성인의 절반 이상이 1년에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않는 한국의 독서 실태는 심각하다. 반면 노벨 문학상 최다 배출국인 프랑스에선 세계적 독서 감소 경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주일에 세 시간 이상 책을 읽는다. 이 같은 프랑스 독서력의 힘은 무엇일까. 프랑스에서 유학한 일본 번역가 겸 작가 쓰지 유미의 ‘아이들은 어떻게 베스트셀러를 만들었을까’는 그 힘의 이유이자 결과라 할 수 있는 ‘책 읽는 프랑스’의 기발한 시도를 소개한다. 고등학생 공쿠르상이다. 1988년 평범한 국어교사 베르나르 드 로즈가 학생들에게 책을 읽히고 싶어 시작했고 이듬해 공쿠르상이라는 공식 이름을 얻은 것이다.

세계적 권위의 공쿠르상은 익히 알려진 것처럼 10명의 종신회원이 심사해 한 권을 선정한다. 이와 별도인 ‘고등학생 공쿠르상’은 고등학생 2000여 명이 직접 토의를 거쳐 공쿠르상 후보작 중에서 한 작품을 선정하는 것이다. 고등학생 공쿠르상 수상 작품은 매년 무려 평균 40만 권 이상 팔려나간다. 학생들이 직접 베스트셀러를 만드는 것이다.

공쿠르상 심사 학급으로 선정되면 학급의 모든 학생은 후보작을 꼼꼼히 읽고 최고의 세 권을 뽑는다. 이어 학급 대표들이 지역 선정 위원회에 모여 ‘지역 선정 3권’을 뽑고 종합 토의를 거쳐 최종 수상작이 선정된다. 수개월에 거쳐 진행되는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책 속에 푹 빠져 지내는 소중한 경험을 하게 된다. 이때 학생들이 작가를 직접 만나기도 한다. 작가와의 만남도 매우 기발한데 이때 작가는 절대 자기 이야기를 먼저 해선 안 된다. 학생들이 책 제목부터 소설가가 된 계기까지 사소하지만 진솔한 질문을 던지면 작가가 답하는 순서로 이뤄진다. 능동성으로 가득한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책을 읽고 좋은 책을 가려내 선정하고 ‘최애 작가’를 만나게 된다.

책은 이 같은 ‘고등학생 공쿠르상’의 모든 것을 담았다. 실제 참여한 학생들, 공쿠르상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고루 쓰였다. 272쪽, 1만7000원.

장상민 기자 joseph0321@munhwa.com
장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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