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글로벌 마케팅 기업 칸타가 발표한 글로벌 브랜드 경쟁력 순위를 보면 코카콜라가 10위, 스타벅스는 27위였습니다. 전통과 현대적 트렌드를 동시에 거머쥔, 요즘 말로 가장 ‘힙’(hip)한 상표인데요. 소비자는 그 이름값을 누리기 위해 기꺼이 돈을 더 내고 코카콜라와 스타벅스를 선택하죠.

그런데 두 브랜드 때문에 곤욕을 치른 이들이 있습니다. 다름 아닌 K-팝 가수들인데요. 이 황당한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시죠.

보이그룹 스트레이 키즈 멤버 필릭스는 지난달 치킨을 먹으며 라이브 방송 도중 “어떤 음료수를 마시냐”는 팬의 질문에 코카콜라를 보여줬습니다. 또 다른 보이그룹 엔하이픈의 제이크와 걸그룹 르세라핌의 허윤진은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거나 로고를 노출시켰다는 이유로 일부 네티즌에게 뭇매를 맞았죠. 그들은 뭘 잘못했을까요?

악플을 다는 이들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코카콜라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에서 영업을 계속했고, 스타벅스는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지지 의사를 담은 게시물을 SNS에 올린 자사 노조를 상표권 침해 혐의로 고소한 후 ‘친이스라엘’ 기업으로 분류돼 아랍권을 중심으로 불매 운동이 벌어졌다는 건데요. 이처럼 논란이 있는 브랜드를 이용한다고 타박하는 거죠.

이를 긍정적으로 해석하자면, K-팝의 글로벌 영향력이 재차 입증된 겁니다. 수백∼수천만 팬덤을 확보한 K-팝 가수의 일거수일투족이 팬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데요. 이런 문제 제기가 기사화되면 코카콜라와 스타벅스 이용을 반대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재차 알려지는 효과도 누릴 수 있죠.

하지만 한국 스타벅스는 신세계이마트그룹이 경영권 지분 100%를 인수해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는데요. 따라서 해외 운영 방침의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그들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른 체 이같이 지적한 셈이죠.

그렇다면, 이런 질타를 받은 K-팝 스타들은 어떻게 대응했을까요? 필릭스는 “코카콜라 병을 보여줘서 미안하다”고 사과했고, 제이크 또한 음료를 다른 컵에 옮겨 담으며 “내가 실수했다”며 고개 숙였습니다. 이미지가 생명이라지만, 이 같은 무리한 지적에도 제 목소리 한번 못 내는 K-팝 가수들의 행보가 안타까운데요. 작은 논란 하나에도 쉽게 흔들리는 K-팝 가수들에게 마치 ‘fragile’(깨지기 쉬운)이라는 경고 문구가 붙었다는 인상도 줍니다. 즉각적인 사과로 그 순간은 모면할 수 있죠. 하지만 보신을 위해 ‘할 말은 하는’ 소신마저 포기한다면, K-팝 가수들을 향한 일부 팬덤의 또 다른 무리한 압박과 요구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큽니다.
안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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