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방선거운동은 늘 문제였지만 이번에는 그 정도가 도를 넘는다.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민의힘을 제주 4·3 학살의 후예라고 폄훼하고 이에 대해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이재명은 일베’라고 맞받아친 것을 보면 거북함이 이루 말할 수 없다. 지역구 후보들의 부적절한 발언들을 모으면 ‘막말 대장경’은 순식간에 완성돼 버린다. 정치의 품격을 찾아볼 수 없다.
이번 총선을 지배하는 정서를 한마디로 말하면 ‘혐오(嫌惡)’다. 상당수 유권자의 마음속에는 지지하는 정당이 이기는 것보다 경쟁 정당이 승리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생각이 더 간절하다. 2년 전 대선이 후보들에 대한 비호감으로 얼룩졌는데, 이번 총선도 그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치가 진영 논리의 덫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정당과 후보자들은 자극적인 언어 구사에 환호하는 지지자들의 열광에 짜릿한 희열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선거 결과를 결정하는 중도층에는 거부감을 준다. 무당파가 주축인 중도층이 정치에 실망해 선거를 외면할수록 비난 전략의 영향력이 강해진다.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몰아낸다는 그레셤의법칙이 적용된다. 바로잡아야 한다. 정치 균형감을 가진 중도층이 정치인들에게 정치의 중심은 정치인이 아니라 시민들임을 깨닫게 해야 한다. 그래서 정치인들이 시민을 두려워하게 해야 한다.
본격적인 선거는 공천부터 시작되는 만큼 거대 양당의 공천 과정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본선거가 시작되면서 바로 지난달에 그리도 혼란스럽고 갈등을 양산했던 공천의 우여곡절은 모두 잊은 듯하다. 유권자들의 선택에서 공천 과정 평가가 빠진다면 정당 리더들은 다음 선거 때도 공천의 불공정은 본선거가 시작되면 다 잊힐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공천을 자기 계파가 정당을 지배하는 기회로 삼을 것이다. 그 결과 정당의 고질적 문제인 보스 중심의 당 운영이 계속되고 당내 민주화는 요원해진다. 유권자들이 투표에 참여해 정당 공천의 공정성 여부가 본선거에서 평가받는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국회의원이 국민의 대표라 할 때 그 의미는, 이들이 국민 평균이 아니라 모범적이고 바람직한 인물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유권자들은 투표 결정에 후보자의 자질을 중시하고 상당한 수준의 도덕성을 요구한다. 총선 후보들 중 과거 자신의 행위가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아도 법적 문제가 없으니 당당하다고 우기는 인물은 국민의 대표로 부적절하다.
합리적 유권자가 되려면 편협한 시선을 버려야 한다. 호감이 덜한 후보의 말에도 귀를 기울이는 균형 감각을 가져야 한다. 출마한 후보들의 정치철학이 뭔지, 제시한 공약들이 예산을 무시한 선심 공약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 비교 평가하는 태도가 정치 발전을 가로막는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는 첩경이다.
기권은 침묵일 뿐, 정치인들은 경고의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기권은 어떤 결과든 그냥 수용하겠다는 소극적 추종으로 인식되며 무시될 뿐이다. 권리는 행사할 때 그 가치가 발현된다. 5일과 6일은 사전투표일이다. 유권자의 엄중함을 보여줄 시간이다. 집으로 배달된 선거공보물이 거실 구석에 뒹굴고 있다면 열어 보자. 한 나라의 정치 수준은 국민 수준과 일치한다는 말을 되새길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