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2000명 증원’에 반발해 지난 2월 19일 집단행동에 나선 지 46일 만인 4일 전공의 대표자와 윤석열 대통령이 만났으나 접점을 찾지는 못한 채 끝났다. 일말의 기대를 가졌던 국민의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2월 필수의료 패키지라는 의료개혁 4대 과제를 제시했다. 여기에는 의료 인력 확충, 지역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보상체계 공정성 제고가 담겨 있다. 의료인력 확충은 의대 정원 확대를, 지역의료 강화는 필수의료의 지역 완결 전달체계를, 의료사고 안전망은 의료사고처리 특례를, 보상체계 공정성 제고는 필수의료에 대한 건강보험 수가 인상을 의미한다.
이 중 의사들의 집단 반발을 초래한 것이 의료 인력 확충, 곧 의대 입학 정원 2000명 증원이다. 정부는 의대 증원이 의료개혁의 핵심이라며 조금도 양보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의료 현안 협의체에서 합의된 내용이라고 했다. 이미 합의된 내용인데 왜 의사의 집단 업무 거부가 확산됐는지, 실제로 합의가 이뤄졌는지 의문이 든다.
증원 규모에 대한 논의에 앞서, 우선 이러한 개혁 과제가 필요했던 이유를 생각해 보자. 그것은 필수의료 영역과 비필수의료 영역의 불균형과 지역 간 의료 공급 불균형을 해소하려는 데서 시작됐다. 이를 위해 개혁 과제에서는 의료 인력 확충, 비필수 영역의 관리와 필수의료에 대한 보상체계, 즉 수가를 높여주는 것으로 해결하려는 듯하다. 그러나 단순히 인력 증가와 수가 인상만으로는 불균형을 해결하진 못한다.
정책 실행의 우선순위가 중요하다. 많이 진료하는 것이 곧 수입을 확보하는 방식인 현행의 행위별 수가 제도로는 해결할 수 없다. 의료기관과 인력 간의 경쟁만 부추겨 불균형은 더 심해질 뿐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력의 증대는 의사들에게는 위협으로 다가온다. 환자를 많이 진료해야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는 개념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건강보험 지불제도의 개선이 우선 필요하다. 즉, 환자나 지역 주민이 많지 않은 지역과 필수의료 분야에서 의업을 하더라도 품위와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지불제도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러한 변화를 토대로 환자나 국민의 의료 이용에 영향을 받는 의료 요구도(Want)가 아니라, 의료 전문가의 평가와 판단에 의한 필요도(Need)에 근거해 의료 필요량을 도출해 의대 정원의 증원 규모를 결정해야 한다. 물론 의료 필요량의 결정 때는 인공지능(AI) 등과 같은 기술 활용과 미래 국민의 인구 변화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정부는 건강보험 지불제도의 변경과 함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고집하기보다는 현재와 미래 국민의 의료 필요량을 전문가와 함께 추계해서 의료 인력 확충을 판단해야 할 것이다. 또, 의사들은 국민의 불안과 불만을 고려하고, 전공의들은 수련 일정과 과정을 감안하며, 의대생들은 학사 일정과 교육의 질을 생각해 정부와 논의에 참여하고 합리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할 수 있는 긍정적이고 유연한 자세가 필요하다.
비록 가시적인 합의점을 찾지는 못했지만, 대통령과 전공의 대표의 만남이 있었던 만큼 정부와 의사·전공의·의대생 모두 유연한 자세로 합의점 찾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