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 아픔도 못 견딜 고독도 아닌 이 허전함의 함정.
그러나 잘 보면 이것의 저 안쪽에서 연푸른 싹이
온건한 반가움으로 움터 올라온다.
한 잔의 막걸리 같은
내 시여, 내 자위여.’
문효치 시인이 시집 ‘헤이 막걸리’(미네르바)에 쓴 서문이다. 문 시인이 시력(詩歷) 57년에 펴낸 15번째 시집이다.
표제작 ‘헤이 막걸리’는 세상사에 달관한 원로 시인의 공력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 시편의 뒷부분. ‘계곡물이 흘러간다/술이 흘러간다//한 사내가 흘러간다/세상의 심층/내장의 어느 계류//바람개비가 돌아갈 때/아, 나도 어지럽게/새 세상 만나러/돌아 돌아 간다’
다음 쪽에 나오는 시 ‘해’는 단시(短詩)의 절창으로 우주와 조응하는 삶을 긍정한다. ‘평생을 바쳐/해보란 말/하다 보면 세상을 밝히는/해가 된다는 말’
문 시인은 산수(傘壽)의 쓸쓸함과 허전함 속에서도 시를 통해 연푸른 싹을 만나고 있다. 시집 해설을 쓴 김정수 시인은 "평생을 바쳐 시를 써온 시인의 명제는 ‘참(眞)’이다"라고 했다. 4부로 나눠 실린 60여 개의 시편 하나하나에서 그 ‘참’의 경지를 누릴 수 있다.
한편 문 시인은 1966년 한국일보 및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돼 문단에 등단했다. 이후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이사장과 한국문인협회 이사장 등을 지내며 문학계를 위해 헌신했다. 계간 문예지‘미네르바’를 통해 수많은 후학을 배출했고, 근년에는 고향 군산에서도 문학 아카데미 열어 문향(文香)을 퍼트리고 있다. 장재선 전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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