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요즘 어떻게 - 오준 前 유엔대사
7년째 세이브더칠드런 이사장
LH사회공헌혁신委長도 맡아
경희대·KDI대학원에서 강의
“퇴직후배,향후 20년 내다보라
사무실·車 제공 받을 생각말고
진짜 하고 싶은 일 고민해야”
그가 지난 2017년 37년간의 외무공무원 생활에서 물러났을 때 지인과 함께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그 이후 윤보선 고택 음악회의 청중석에서 조우했다. 작년엔 청각장애인들을 후원하는 사회복지단체 ‘사랑의달팽이’ 행사에서 만났다.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회공헌 혁신위원장을 맡은 오준(68) 전 유엔주재 대사 이야기이다.
“제가 한때 드럼을 쳤을 정도로 음악을 좋아합니다. 음악회에 가끔 가고 미술 전시회도 찾곤 하지요. ‘사랑의달팽이’ 행사는 제가 거기 이사여서 간 거예요. LH 사회공헌 혁신위는 제가 최적임은 아니지만, LH 쪽에서 외부 전문가들을 통해 내부 혁신을 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보여줘서 맡았습니다.”
오 전 대사는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특유의 담백한 음성으로 찬찬히 설명했다. 그는 유엔 대사로 재직할 때 세계장애인권리협약 당사국회의 의장, 안전보장이사회·군축위원회 의장으로 활약했다. 한국인 최초로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되기도 했다.
“제가 외교부에서 퇴직할 때 국제무대에서 활동했던 경험을 살려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겠다고 생각했어요. 사회적 약자, 인권, 그리고 다음 세대와 관련된 일을 하겠다는 목표의식이 있었지요.”
그는 2018년부터 아동권리보호 비정부기구(NGO)인 한국 세이브더칠드런 이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임기가 3년인데, 올해 세 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2021년에 추대된 44개 아동단체 협의회 회장직도 두 번째 임기에 접어들었다. 한국장애인재활협회 이사로도 봉사하고 있다.
그는 은퇴 후 대학에서 미래의 주역들에게 강연하겠다는 계획도 실현하고 있다. 경희대 평화복지대학원 석좌교수, KDI대학원 초빙교수로 후학들을 가르치고 있다.
“제가 외교부 출신으론 독특한 일을 하니 퇴직을 앞둔 후배들이 종종 찾아옵니다. 앞으로 어떻게 지내는 게 좋을지 묻기 위해서이지요. 저는 후배들에게 퇴직 후 20년을 내다보고 계획을 세워서 움직이라고 권합니다. 외교 차량 타고 다니며 의전 받을 때를 생각하며 어디서 사무실과 자동차를 내주며 나를 대접해주는 데가 없을까, 그걸 살피기보다는 내가 과연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목표 의식을 뚜렷이 가지라고 하지요. 20대 때 첫 직업을 가질 때처럼 깊게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게 길게 내다보고 움직이면, 대중교통을 타고 다녀도 늘 즐거울 수 있지요.”
그의 차분하면서도 진심 어린 어조는, 2014년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의 감동적 연설을 떠올리게 했다. 회의장을 숙연하게 만들며 북한 인권에 대한 관심을 세계적으로 불러일으켰던 바로 그 연설.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북한 주민은 아무나(anybodies)가 아닙니다…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에 적힌 인권침해의 참상을 읽을 때 우리는 마치 그런 비극을 당한 것처럼 울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는 지금도 북한인권정보센터와 일을 함께하며 탈북자들과 대화를 많이 나눈다고 했다. 북한 인권 이슈에서만은 국내 정치의 파당적 시각으로 접근하지 말았으면 하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오 전 대사는 “현 정부의 외교가 문재인 정부에서 왜곡됐던 한·미동맹, 한·일관계를 바로잡으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봤다. 다만 북한과의 대화 단절, 한·중관계 악화는 또 다른 우려를 낳기 때문에 균형 외교의 지혜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그는 “4·10 총선 과정에서 여·야가 정책 토론보다는 상대방 비방에 집중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국민이 편 가르기 진영 논리에 휩쓸리지 말고 정책을 보고 투표를 해야 미래가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든 질문에 막힘없이 답을 하는 그는 영어 구사에서도 간결하면서도 분명한 표현을 써서 외국인들과 쉽게 소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중·노년에도 영어 공부를 하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그는 이렇게 조언했다. “듣는 만큼 말할 수 있으니 청취력을 키워야 합니다. 원어민과 대화를 하는 게 좋지만, 그런 기회가 많지 않으니 영어 방송 뉴스와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다양한 표현을 익혀야 합니다. 그럴 때 함정은 자막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개 읽기 능력이 높기 때문에 자막을 보면 쉽게 이해하지만, 그럴 경우엔 듣기 능력이 크게 나아지지 않는다는 걸 유념해야 합니다.”
장재선 전임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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