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은 국민 보건의식을 향상하고 보건의료 종사자를 격려하기 위해 만든 ‘보건의 날’이었다. 하지만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집단 이탈로 의료 공백 사태가 8주차를 맞으면서 그 취지는 무색해졌다. 대형병원은 의사가 없어 수술·진료가 반 토막 나고, 응급 환자들은 ‘뺑뺑이’를 돌고 있다. ‘절대 아파서는 안 될 시기’를 지나고 있는 국민이 마냥 의사들을 ‘격려’하긴 어렵게 됐다.
의료계는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의 극적 회동 이후 그동안 사분오열된 대오를 다잡고 있다. 그 과정에서 의사들의 ‘엘리트 의식’과 편협한 가치관을 드러내는 거친 발언들이 다시 한번 국민을 실망시키고 있다. 정진행 서울대 의대 비상대책위원회 자문위원은 6일 SNS에 “아들이 일진에게 맞고 왔는데 에미 애비가 나서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허대석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도 SNS에 “아들이 조폭에게 심하게 얻어맞고 귀가했는데 사건 뒷마무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누가 나가서 일을 처리하는 것이 적절할까”라고 말했다. 동료 교수들의 동참을 독려하기 위한 것이라 해도, 전공의와 대화에 나선 대통령과 정부를 ‘조폭’ ‘일진’이라고 비유한 건 지나친 표현이었다.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SNS에 “이과 국민이 나서서 부흥시킨 나라를 문과 지도자가 말아먹는다”고 갈라치기도 했다. 의사로서 법조인 출신 지도자들에 대한 우월감을 은연중에 드러낸 발언이기도 하다.
의대 교수들이 ‘번아웃’ 직전임을 국민도 환자도 알고 있다. 그러나 ‘아들(전공의)’의 안위만 신경 쓰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면, 대국민 설득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들이 이런 걱정을 하고 있을 때, 환자들은 삶과 죽음의 경계 앞에서 무너지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