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 6일 치러진 4·10 총선 사전투표율이 31.28%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2020년 총선 때보다 4.6%p 더 올랐다. 사전투표율과 관련해서 제기되는 두 가지 대표적 통념이 있다.
첫째, 사전투표율이 높으면 전체 투표율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2020년 총선의 사전 투표율은 26.7%로 상당히 높았고, 전체 투표율(66.2%)이 이전 총선 대비 8.2%p 상승했다. 그러나 2022년 대선에서 사전투표율은 36.9%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전체 투표율은 이전 대선 때보다 오히려 0.1%p 하락했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도 사전투표율은 20.6%로 가장 높았지만, 전체 투표율은 이전 선거 때보다 9.3%p나 떨어졌다.
2020년 총선의 사전투표율은 26.7%였고, 광주와 전북·전남은 각각 32.2%와 34.8%, 35.0% 등 호남 지역에서 가장 높았다. 반면, 대구와 부산은 23.6%, 25.5%로 아주 낮았다. 그런데 광주 전체 투표율은 65.9%로 전국 평균(66.2%)보다 낮았다. 전북·전남(67.0%, 67.8%)도 그리 높지 않았지만, 대구·부산(67.0%, 67.7%)은 전국 평균보다 높았다. 이 결과는 사전투표가 투표율을 끌어올리는 게 아니라, 원래 공식 투표일에 참여하려던 유권자들을 분산시키는 효과만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사전투표율만 가지고 선거 결과를 전망하기엔 한계가 있다.
둘째, 사전투표율이 높아지면 진보 후보가 유리하다는 주장도 있다. 이런 주장의 근거로는, 평소 선거에 관심이 없었던 젊은 세대가 투표장에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2020년 총선 후에 발표한 투표율 분석 자료를 보면, 사전투표율이 가장 높은 세대는 오히려 60대(33.4%)와 70대(30.5)로, 20대(25.3) 30대(21.4) 40대(24.8) 50대(29.8)보다 훨씬 높았다. 더구나,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보듯이 20∼30대가 꼭 진보 진영을 지지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공정 가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20대에서 조국혁신당의 지지율이 아주 낮다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이준웅 서울대 교수가 2022년 대선 전국 250개 선거구를 대상으로 사전투표율에 따른 후보별 득표율을 분석한 결과, 사전투표율이 높을수록 보수 윤석열 후보의 득표율이 높았다. 이런 결과들이 주는 함의는사전투표율 수치보다는 어느 계층이 투표장에 더 몰렸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야당 압승에 대한 위기감을 느낀 보수 유권자와 정권 심판을 열망하는 진보 유권자 중 누가 더 절박하게 투표장으로 가느냐가 관건이다. 물론 개혁과 도덕을 강조하는 중도층의 선택도 중요하다. 사전투표율만 갖고 유불리를 따지는 건 무의미하다. 더욱이, 투표율이 60%를 넘으면 더불어민주당에, 55% 미만이면 국민의힘에 유리하다는 일부 정치권의 예측은 틀릴 수 있다.
이제 총선 본선거일까지 이틀 남았다. 유권자는 자신의 한 표가 세상을 바꿀 수 있고,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효능감을 갖고 적극 투표해야 한다. 민주 시민이라면 막말, 부동산 투기, 내로남불, 전과 등이 있어도 우리 편이라고 무조건 지지하는 ‘감성적 묻지 마 투표’에서 벗어나 누가 국민과 민생을 위해 더 역량을 잘 발휘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합리적 선택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