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상대는 한국 기업이 아닌 미국 유니버설과 소니”라고 외치는 최재윤 헬로82 대표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헬로82 본사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헬로82 제공
“우리의 상대는 한국 기업이 아닌 미국 유니버설과 소니”라고 외치는 최재윤 헬로82 대표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헬로82 본사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헬로82 제공


■ ‘에이티즈’ 유통·프로모션 맡아 1위로… 최재윤 헬로82 대표

K-콘텐츠 수출 아닌 ‘현지화’
본사도 LA에… 獨 지사 추진

“오프라인 매장에 팝업스토어
젊은이들의 놀이터로 만들어”

“K-팝, 아티스트 중심이 아닌
하나의 장르로 만들어야 지속”


역대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 정상을 밟은 K-팝 그룹은 총 8팀이다. 이중 그룹 방탄소년단을 포함해 블랙핑크, 스트레이 키즈 등 7팀은 미국 유니버설 뮤직이 유통을 맡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1위를 차지한 에이티즈는 다르다. Mnet PD 출신인 최재윤(47) 대표가 이끄는 헬로82(Hello82)가 현지 유통 및 프로모션을 책임졌다.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헬로82 서울지사에서 만난 최 대표는 “‘빌보드 1위’는 계산 가능한 영역”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최 대표는 K-팝 시장에서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로 통한다. 그가 2008년 연출했던 ‘이효리의 오프 더 레코드’는 관찰 예능의 출발점이었고, 2011년 Mnet 아메리카로 넘어가 이듬해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K-팝 축제인 케이콘(K-CON)을 론칭했다. 늘 새로운 활로를 개척해 온 셈이다. ‘큰 시장’을 경험한 최 대표는 2014년 CJ ENM을 떠난 후 2015∼2018년 딩고스튜디오 총괄이사를 거쳐 2018년 헬로82를 설립했다. 한국 국가번호 ‘82’를 차용한 작명이다.

지난해 12월, 빌보드 1위에 오른 에이티즈.
지난해 12월, 빌보드 1위에 오른 에이티즈.


“2010년대 초, 미국 중부에 사는 중년 백인 여성이 한국 드라마를 보고 있더라. 그들은 한국 배우의 이름도,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도 몰랐다. 그저 ‘재미있으면 본다’는 것이 팬의 마음이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 새로운 세대에게는 새로운 재미가 필요하기 때문에 그들이 즐길 수 있는 ‘K-팝의 놀이터’를 만들어주고 싶었고, 그게 바로 케이콘이었다.”

최 대표는 발상의 전환을 꾀했다. 한국에서 만든 K-콘텐츠를 미국에 수출하자는 전략이 아니었다. 철저히 현지화를 추구했다. 그래서 헬로82의 본사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있다. 애틀랜타에 이어 독일 베를린에도 지사 설립을 추진 중이다. 그들이 좋아할 콘텐츠를 ‘그들의 언어’로 들려주고 ‘소통하자’, 이게 핵심이었다.

“글로벌 K-팝 그룹 매출의 70∼80%가 해외에서 발생한다. 그렇다면 해외에 회사를 세우고 직접 소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한글 콘텐츠에 자막을 붙이는 것은 한계가 뚜렷하다. 그래서 영어, 스페인어, 아랍어, 인도네시아어 등 ‘그들의 언어’로 콘텐츠를 만들어 접근을 시도했다.”

헬로82는 미국 시장 내에서 레이블 및 음악 유통, 이커머스, 리테일/팝업, 오프라인 이벤트, 콘텐츠 제작을 수직 계열화한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렇게 쌓은 노하우를 에이티즈에 접목시켰다. 그 결과 에이티즈는 2021년 9월, 빌보드200 42위로 등장했고, 꾸준히 순위를 끌어올려 2023년 12월 정상을 밟았다.

“미국 시장의 3대 오프라인 매장은 타겟, 월마트, 반스앤드노블이다. 타겟의 유효 매장은 1500개, 월마트는 3800개지만 이 중 ‘젊은층의 백화점’이라 불리는 타겟에서 K-팝 음반의 절반이 팔린다. K-팝 팬들이 모이는 공간도 필요했다. 그래서 에이티즈가 빌보드 1위에 오른 앨범을 발표할 때는 40개가 넘는 도시에서 120개 이상의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그곳은 일종의 ‘만남의 광장’이다. 영국 프리미어리그를 좋아하는 사람이 손흥민의 토트넘 외 다른 팀의 경기도 보듯, K-팝 팬들도 다양한 음악을 즐긴다. 특정 팬층을 공략하는 것이 아니라 K-팝을 하나의 장르로 여기도록 만들어야 한다.”

헬로82의 미국 LA 상설 행사장.
헬로82의 미국 LA 상설 행사장.


헬로82의 실험은 계속되고 있다. 헬로82와 손잡은 싸이커스는 지난해 4월 빌보드200 75위에 올랐다. 데뷔 앨범으로 이 차트에 진입한 최초 K-팝 그룹이다. 피원하모니 역시 지난해 6월 51위로 진입한 데 이어 지난 2월 발표한 앨범으로 39위를 기록했다. 헬로82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2019년 매출 20억 원에 그쳤지만 코로나19 시기를 거친 후 2022년 150억 원, 2023년 300억 원으로 팽창했다. 그들이 유통한 에이티즈가 빌보드200 1위에 오르자 주위의 반응도 달라졌다. 내로라하는 K-팝 그룹을 보유한 기업들이 잇단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우리의 경쟁 상대는 한국 회사가 아니라, 미국의 유니버설이나 소니 등이다. 미국의 시장 구조를 파악한 후 ‘누가 살까’ ‘어디서 팔리나’ ‘얼마나 팔릴까’를 고민하면 대략의 유통 전략이 나온다. 즉 빌보드 차트 역시 ‘계산 가능한’ 시장인 셈이다. K-팝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특정 아티스트의 인기에 기대선 안 된다. 현지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해서 그들이 즐길 수 있는 공간과 콘텐츠를 제공하는 ‘커뮤니티 비즈니스’로 접근해야 한다. 즉 팬들이 원하는 것을 살피는 ‘팬-퍼스트(fan-first)’ 전략이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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