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첫 주, 그야말로 초현실의 세상이다. 문만 열고 나가면 눈부시게 핀 꽃들의 천지이니 이게 낙원이 아니고 뭐겠는가. 이 찰나 같은 극락이 사라질세라 안절부절못하다 모처럼 나들이에 나선 화랑미술제. 언제나 뜻밖의 만남이 있는 곳이니 이번에도 기대를 품고 찾았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금속 망사 하나만으로 매직 같은 화면을 일구는 박성태의 그림을 다시 만날 줄 몰랐다. 외국 시장에서 큰 호평을 받고 있다는 소식 이후, 그의 그림을 다시 본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압형(壓型) 도구 하나로 부조 드로잉을 수행하는 기법이 참으로 기발하다. 망사가 화선지요, 압형봉이 붓을 대신한 것이다.
그의 화면은 수묵화의 정수를 낯선 재료로 구현하고 있다. 단조로운 텍스트의 행간에는 전통의 재해석과 재창조라는 명제가 생동한다. 수묵의 농담, 여백, 일필휘지의 속도감과 역동성, 은유성 등이 화선지 밖에서 구현되고 있다. 평범한 중성적 물성에서 추출한 역동적인 형상은 봄의 흥취를 고조시키는 판타지다.
이재언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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