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민생토론회 후속조치 회의에 참석해 참석자의 발언을 듣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민생토론회 후속조치 회의에 참석해 참석자의 발언을 듣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 기로에 선 尹대통령

3대개혁안 등 주요 입법안
사실상 ‘거야의 벽’에 막혀

野, 채상병사건 등 특검 예고
與 이탈표땐 최악상황 가능성

여권서 전면혁신 요구 분출
이재명과 영수회담 나설수도


10일 치러진 22대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참패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최대의 정치적 위기를 맞이하게 됐다. 개헌·탄핵 저지선이자 대통령 거부권 행사 시 재의결 법안 부결 요건인 ‘101석 이상’은 가까스로 지켜냈지만, ‘여소야대’ 구도가 이어지게 돼 거야 협조 없이는 연금·노동·교육 ‘3대 개혁’ 등 입법 수반 국정 과제 실현이 사실상 어렵게 됐다. 야당은 이른바 ‘3대 특검법’(한동훈·김건희·채 상병 의혹)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은 야당과의 대타협을 모색하되, 큰 틀의 국정 기조와 완전히 상반되는 야당 법안에 대해서는 또다시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커 ‘대충돌’ 국면이 펼쳐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1일 용산 대통령실 내부는 침통한 분위기로 가득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참패가 분명한 만큼, 내부 분위기가 무거운 게 사실”이라고 했다. 야권 압승 총선 성적표를 받아 든 윤 대통령의 ‘포스트 총선 국정 운영’은 남은 임기 3년 내내 가시밭길을 걷게 됐다. 당초 대통령실은 이번 선거에서 안정적 의석을 얻은 후 개혁 이슈를 선점하며 국정 운영에 드라이브를 걸 계획이었다. 2026년 9월 지방선거까지 선거가 없는 만큼 개혁의 적기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총선 결과에 따라 국정 운영에 큰 차질을 빚게 됐다. 실제 정부의 개혁 과제 대부분은 시행령 개정이나 규칙 제정을 통해서 할 수 없다. 입법이 필요한 사안이 대부분으로, 국회 협조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대표적으로, 연금·노동·교육 3대 개혁을 비롯해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등 의료개혁,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 세제 개편, 저출산 대책, 여성가족부 폐지 등과 연계된 법안들은 계류 상태가 길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24차례에 걸친 민생 토론회를 통해 발표한 정책 과제들도 마찬가지다. ‘단말기 유통법’ 폐지, 기업 밸류업 지원을 위한 ‘조세특례제한법’ 등이 대표적이다. 여권 관계자는 “개혁 정부가 개혁을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것”이라고 했다.

거부권 정세가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야권은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에 대한 특검 실시,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한 이종섭 전 호주대사(전 국방부 장관) 및 대통령실의 수사 외압 의혹,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딸의 논문 대필 의혹 등에 대해 특검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이외에도 그간 윤 대통령이 9차례 행사한 거부권 법안들을 줄줄이 다시 올리는 식으로 맹공을 펼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이 ‘개헌 저지선’ 인 101석을 확보하기는 했지만, ‘여당 이탈표’가 있을 경우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와 개헌 국면이 펼쳐지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맞이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의 국정 기조의 즉각적 전환 및 전면적 혁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우선 야당과의 관계 재설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22대 국회가 개원하면 여당은 야당의 협조 없이는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는 만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영수회담’이 현실화할 가능성도 큰 상황이다. 윤 대통령은 그간 ‘영수회담’은 권위주의 정권 시절의 잔재라는 명분을 내세워 단독 면담을 거부해왔다. 이를 시작으로 ‘여·야·정 협치 기구’ 등 다양한 형태를 통해 야당의 의견을 경청하고, 국정에 이를 실제 반영하는 모습이 연출될 가능성이 크다.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
손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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