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참패’ 국민의힘 앞날은…
한동훈 사퇴로 여당 리더십 실종
전당대회 열기 전까진 혼란 불가피
안철수 “국정기조 전격 바꿔야”
나경원 “집권여당의 앞날 위태”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사상 최악의 참패를 당한 국민의힘은 11일 오전도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다. 당 안팎에서는 이번 총선에서 ‘개인기’로 살아남은 수도권 비윤(비윤석열) 중진 의원들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친윤(친윤석열) 인사들의 행보에 따라 여권 내 권력 구도가 짜일 것으로 전망된다.
◇목소리 내는 비윤 중진들 = 경기 성남분당갑에서 승리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전 YTN 라디오에서 “전격적으로 국정 기조를 바꿔서 민생에 더 밀착된 행동을 해야 한다”며 “당정 관계도 건설적으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서울 동작을에서 신승을 거둔 나경원 전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집권여당의 앞날이 매우 위태롭다”며 “우리 정치가 잃어버렸던 큰 정치, 넓은 정치의 철학을 회복하고 국민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위대한 정치의 씨앗을 다시 심겠다”고 밝혔다. 인천 동·미추홀을에서 생환한 윤상현 의원도 “이번 선거에서 따가운 민심의 비판, 심판을 받게 된 이유는 권력의 겸손함을 잃어버려서”라고 말했다.
당 안팎에서는 이번 총선을 기점으로 당내 중진 의원들의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한 관계자는 “그간 친윤 인사들이 당을 좌우하고 대통령실에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모양새를 보인 게 총선 결과로 나타난 만큼 자연스럽게 당내 역학 관계가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성동·이철규·박성민 의원 등 친윤 핵심 의원들도 생존했지만 당내에서 예전과 같은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주도권을 쥐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물러나는 한동훈 = 한 위원장은 이날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비대위원장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당 안팎에서 한 위원장이 ‘구원투수’로 등판해 최악의 결과는 막았다는 평과 함께 한 위원장의 ‘이·조(이재명·조국) 심판론’ 등이 선거 판세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평이 공존한다. 한 위원장은 이날 사퇴 기자회견에서 “정치개혁의 약속이 중단없이 실천되기 위해 어떻게 해야 국민의 사랑을 되찾을 수 있는지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정치를 계속 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단 한 위원장의 당내 입지가 확고하지 않아 향후 행보 역시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많다. 윤석열 대통령과 검찰 시절부터 오랜 인연을 이어온 한 위원장이 선거 기간 윤 대통령과의 갈등이 공개적으로 드러난 상황이 향후 한 위원장의 정치 행보에 큰 제약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 공백 사태도 여권에 큰 변수다. 일단 윤재옥 원내대표의 대행 체제로 당 상황을 수습한 뒤 향후 지도부 구성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벌써부터 당 안팎에서는 친윤과 비윤 중진 의원들의 차기 당권 도전 가능성이 거론된다. 한 의원은 “차기 지도부가 어떻게 당을 추스르느냐에 따라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과 국민의힘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권 ‘잠룡’들의 향후 행보도 관심사다. 인천 계양을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맞붙었던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에 대해서는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평가와 함께 아쉽다는 평이 나온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SNS에 “초토화된 광야에 한 그루 한 그루 묘목을 심는 심정으로, 잃어버린 신뢰와 사랑을 다시 회복하기 위해 전심전력하겠다”고 썼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역대급 참패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당정에서 책임질 사람들은 모두 신속히 정리하자”고 밝혔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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