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수 원로들의 조언

윤여준 “인류 과제 화두 던져야”
유흥수 “尹 정치 스타일 변화를”
황우여 “당 철학 분명히할 필요”
정갑윤 “지금이라도 인물 키우길”


4·10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최악의 결과를 낸 보수 정치에 대해 원로들은 한목소리로 “보수가 달라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근본적인 보수의 가치와 철학을 재정립하는 한편,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수구와는 선을 긋고 적극적인 민생·개혁 메시지를 내야 한다는 주문이다. 보수의 위기이자 동시에 정권의 위기인 총선 성적표를 두고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도 확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구와 선 긋고 보수의 가치 재정립해야”=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12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한국 보수는 선거에 지더라도 왜 졌는지 뼈아픈 자기 성찰을 하지 않는다”며 “그러니 고쳐진 모습이 보이지 않고 국민이 항상 심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 전 장관은 “이렇게 가면 시대 흐름이 (보수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고 한국 보수는 궤멸할 것”이라며 “보수가 이번 총선에서 전 인류적 과제에 대해 화두를 던진 적이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윤 전 장관은 “지금 대한민국 상황이 어떠한지, 무엇이 국익에 이로운 것인지 냉철히 따져서 필요하면 국민을 설득해야 하고 국민의 가슴속에 있는 시대정신이 무언지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보수의 가치를 이념적 가치가 아닌 자유·민주·평등·인권 같은 헌법적 가치에 둬야 한다”며 “보수가 너무 경직돼서 모든 걸 그냥 좌와 우의 문제로 돌려버리면 보수 스스로가 좁아지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수는 항상 변화와 발전을 염두에 둬야 하고 극우화되면 안 된다”며 “수구와도 자연스럽게 선을 그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황우여 전 대표는 “당에 이승만·박정희·김영삼 전 대통령 사진을 걸어둔 건 다 상징성이 있다”며 “이승만의 자유, 박정희의 공화, 김영삼의 민주 등 자유민주공화국의 가치를 지키면 외연이 자연스럽게 확장된다”고 설명했다.

◇“적극적인 민생·개혁 메시지 내놔야”= 원로들은 구체적으로 당과 정부가 적극적으로 민생·개혁 메시지를 내놔야 한다고 주문했다. 윤 전 장관은 “다리를 땅에 딛고 서서 하늘만 쳐다보지 말고 서서 국민이 원하는 게 뭔지, 국민이 절실히 힘들어하는 게 뭔지를 살펴야 한다”며 “국민의힘은 전통적으로 이걸 등한시했다”고 지적했다.

황 전 대표는 “보수 정치는, 여당은 국익과 민생을 이야기해야 한다”며 “제일 고통스러운 물가와 고금리 문제를 외면하지 말고 비전을 뚜렷하게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상임고문은 “보수가 수구와 다른 점은 변화와 발전, 개혁을 염두에 두고 있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당·정 관계의 변화에 대한 주문도 있었다. 유흥수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바닥에서 국민을 만나고 민심과 접촉하는 것은 당인 만큼 당이 ‘아닌 건 아니다’라고 쓴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정갑윤 전 국회부의장은 “역대 헌정사에서 제일 어려운 정치 환경이 조성됐다”며 “당이 살아나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尹의 스타일, 확 바뀌어야”= 원로들은 윤 대통령의 스타일이 확 바뀌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특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야당 대표와도 만나야 한다고 주문하는 한편, 대국민 소통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흥수 고문은 “가장 중요한 건 윤 대통령의 스타일이 바뀌어야 한다”며 “언론과 기자회견도 자주 하고 야당과 많이 만나고 당·정 간 소통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전 부의장은 “정통 보수 정당은 인재를 키워야 하는데 제대로 키우지 못하고 전쟁터로 내보내 왔다”며 “지금부터라도 보수 정치를 대변할 인물들을 키워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민병기·염유섭·최지영 기자
민병기
최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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