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동네 ‘히든 챔피언’ - 부산 고래사어묵

길거리 간식 편견벗고 고급화
값비싼 알래스카 명태로 반죽
차갑게 썰어먹는 어묵도 출시


부산=이승륜 기자 lsr231106@munhwa.com

과거 피란민의 허기와 애환을 달랬던 어묵은 오늘날 대표적인 수출 수산물로 ‘반짝’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상당수의 제품에 방부제, 색소 등 몸에 나쁜 첨가물이 들어간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어묵은 쉽사리 ‘길거리 간식’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런 선입견에 맞서 기술력으로 어묵을 지역의 고급 먹거리 문화로 끌어올린 기업이 있다.

부산 사하구 장림동에 본사를 둔 고래사어묵(사진)은 1963년 창립한 이후 3대에 걸쳐 생산 기술을 발전시키며 어묵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해소하는 데 일조해온 향토기업이다. 이 업체 김형광 대표가 강조해온 ‘품질은 무엇과도 타협하지 않는다’는 철학은 결국 ‘좋은 재료를 쓰는 어묵 기업’이라는 명성을 낳았다. 그간 어묵이 저평가된 이유 중 하나는 상당수 어묵 제조사가 동남아 연안 등지에서 잡힌 실꼬리돔 등의 하급 재료를 쓴 탓이었는데, 고래사는 이보다 배로 비싼 알래스카 명태를 사용한다. 또 어육 반죽에 채소 등 영양가 높은 부재료를 섞었다. 이 경우 좋은 식감을 내기가 쉽지 않지만 시행착오 끝에 최적의 비율을 찾았다고 한다. 특히 고래사는 제조 과정에서 밀가루와 방부제를 넣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데, 청결한 생산시설을 갖추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게 업체 측의 설명이다. 고래사는 이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차갑게 썰어 먹는 어묵’을 출시해 ‘어묵은 익혀서 바로 먹는 음식’이라는 통념을 깼다. 또 10년 전 개발해 특허받은 어묵면은 부드러운 식감으로 최근 낮은 칼로리 식품을 좋아하는 고객의 입맛을 사로잡아 국·탕용 어묵에 치우친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한 첨병 역할을 할 예정이다.

고래사는 어묵을 지역 대표 문화로 만들기 위해서도 노력한다. 지난 2015년 해운대구 구남로에 문을 연 베이커리형 매장은 해수욕객이 즐겨 찾는 랜드마크가 됐다.
이승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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