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간소비와 건설이 부진해도 반도체 중심으로 수출이 회복돼 2.2% 성장률 달성은 충분할 것이다.” 올해 정부의 공식 경제 전망은 낙관적이다. 기획재정부의 12일 그린북(최신 경제 동향)에 따르면 올 들어 반도체 호황으로 수출이 전년 대비 9.4% 증가한 1800억 달러를 넘었다. 3월 물가는 3.1% 상승에 머물렀고, 2월 설비투자는 전월 대비 10.3% 증가, 제조업 평균가동률도 72.1%에서 74.6%로 올랐다. 청신호 일색이다.
호사다마가 빈말이 아닌 걸까. 총선 직후 안팎에서 불길한 지표들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나랏빚이 1126조 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50%를 돌파했고 재정 수지 적자 비율도 3.9%를 기록했다. 지난해 세수 펑크도 역대 최대인 56조 원이나 됐다. 건전 재정이 흔들리고 향후 감세 등 재정 정책에도 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다. 정부는 총선을 의식해 이런 국가 결산 보고서를 법정 발표 시한인 4월 10일을 하루 넘겨 내놓았다. 오랫동안 지켜온 ‘국가 채무비율 40%, 재정적자 비율 3% 이하’라는 재정준칙 황금률이 무너졌다.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가 3.5%나 오른 것도 불길한 외풍이다. 미 경제의 ‘노 랜딩(No landing)’이 가시화하면서 상반기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물 건너가고 있다. 기준금리를 ‘더 늦게 더 적게(later and less)’ 내릴 것이란 관측이 지배하면서 고금리 시대가 장기화할 분위기다. 미 경제의 고공행진으로 다시 강달러가 찾아왔다. 원·달러 환율이 1385원으로 치솟으면서 당장 원유 등 수입 물가에 비상등이 켜졌다. 두바이유는 이란·이스라엘의 5차 중동전 위기감이 팽배하면서 배럴당 90달러를 넘었다. 한국은행도 인플레이션이 울퉁불퉁한 길을 따라 내려오면서 기준금리를 내리기 쉽지 않다.
지난 총선에서 ‘대파’로 상징되는 고물가가 정권 심판에 불을 질렀다. 그나마 여야가 진흙탕 싸움에 골몰해 포퓰리즘 공약들이 집단 투하되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다. 그럼에도 현금 지원·감세 공약 남발로 밀려드는 청구서가 적지 않다. 하반기 공공요금 줄인상에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3고(高) 쓰나미’로 온 사방에 빨간불이 켜졌다. 여든 야든 ‘당선사례’에 앞서 선심용 공약부터 폐기 처분하는 게 우선일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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