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난 전문가가 본 참사 후 10년

안전관련 법률·정책 강화 불구
연속성없어 실질적 효과는 부족


2014년 304명의 희생자를 낳은 ‘4·16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 사회는 ‘인재(人災)’라는 뼈저린 반성 속에 재난 안전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화하고 재난 대응 체계를 정비했다. 그러나 2022년 10월 ‘이태원 핼러윈 참사’ 2023년 7월 ‘오송 지하차도 참사’ 등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비극은 반복됐다. 전문가들은 재난 안전 책임자에 대한 교육과 감독을 강화하는 한편 정쟁을 반복하며 사고 수습 기능을 약화하는 ‘재난의 정치화’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태환 한국재난정보학회장은 15일 “세월호 참사는 개별적인 선박 참사를 넘어 국가와 국민이 재난과 안전의 위험에 대해 인식하고 재난 대비와 대응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며 “실제로 세월호 참사 발생 후 안전 관련 법률과 정책이 강화됐다”고 분석했다. 참사 이후 재난안전법이 개정되면서 대규모 재난 발생 시 재난 대응과 복구 총괄·조정 기능을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맡게 됐다. 재난 발생 시 경찰과 소방, 지방자치단체 등의 빠른 협력과 소통을 위한 ‘재난안전통신망’이 구축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조치들이 ‘실질적 기능’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반성할 점이 많다. 핼러윈 참사 당시 중대본은 늦게 작동했고, 재난안전통신망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무용지물’이란 비판을 받았다.

문현철 한국재난관리학회 부회장은 “재난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책임감을 갖고 행동하도록 교육과 감독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종수 숭실대 재난안전관리학과 교수는 “세월호 이후 재난 관련 전문인력 양성, 협업체계 강화, 각종 법률 제정 등이 이뤄졌지만 재난 대응에서 가장 중요한 ‘재난 대응 연속성’을 가지는 기구는 여전히 없다”며 “지자체별로 안전관리부서가 있지만 공무원 특성상 순환보직이다 보니 세월호 사고 이후 지자체의 재난 안전 관리 역량이 올라갔다고 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참사 원인과 책임을 놓고 정치권이 극렬하게 대치하면서 사고 조사와 수습을 어렵게 하는 재난의 정치화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있었다.

윤명오 서울시립대 재난과학과 교수는 “재난 발생 시 정부가 방어적으로 대응하고, 야당 등이 이를 비판하면서 정쟁이 지나치게 가속한다”며 “핼러윈 참사에서도 동일한 모습이 반복됐다”고 분석했다. 윤 교수는 “재난의 정쟁화는 사고의 조사와 수습 기능을 위축시키고 국민 불신을 조장하게 되므로 참사를 책임지는 컨트롤타워가 재난 발생 초기부터 과감하고 솔직한 소통을 통해 신뢰를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진실 규명’에 대한 수사기관과 희생자들의 간극이 큰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2014년 10월 사고의 직간접적인 책임을 물어 38명을 기소했지만 당시 해경 지휘부는 수사 선상에서 빠졌다. 이후 세월호참사특별수사단의 재수사로 2020년 해경지휘부 11명이 재판에 넘겨졌으나 지난해 11월 무죄가 확정됐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등은 당시 “국가가 어떤 지시도 구조 계획도 세우지 않아 생명이 무고하게 희생되더라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선례를 사법부가 남기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조율·김린아 기자
김린아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