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외대 해외동문회 창설
이덕선 이사장 84세로 별세
미국에서 국무부 전산망을 책임지는 기업을 일구고 평생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나눔 활동을 해 온 이덕선 한국외대 해외동문연합회 이사장이 지난 11일 별세했다.
한국외대는 15일 “한국외대 해외동문연합회를 설립하고 초대 회장을 지낸 이 이사장이 84세로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1939년 황해도 연백에서 독실한 천주교 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난 고인은 6·25전쟁 때 부모님을 따라 서울로 피난을 왔다. 한국외대 독일어과 58학번인 그는 졸업을 앞두고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1966년 미국으로 건너갔다. 낯선 미국땅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하며 능력을 인정받아 1976년 한 업체에서 부사장 직위까지 오르게 됐고, 1986년에 앨라이드 테크놀로지그룹(ATG)을 설립해 미국 국무부 전산망을 책임지는 기업으로 일궈냈다.
소수민족 출신으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공한 기업인이 됐지만, 그는 돈이 없어 구호 물자선을 타고 태평양을 건너 미국에 갔을 정도로 가난한 젊은이였다. 미국에 도착해 생활고에 시달리던 시절, 일주일에 70달러도 안 되는 벌이에도 나환자촌인 안양 나자로 마을에 매달 10달러씩 후원하며 기부를 시작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나눔을 실천할 수 있었던 것은 가난 속에서 늘 남을 도왔던 부모의 영향이 컸다고 한다.
인류에 공헌하는 글로벌 인재 양성이 소망이었던 그는 모교인 한국외대에 2022년까지 총 40억 원에 달하는 장학금을 출연했다. “나눔은 결국 더 큰 결실을 맺는다”라며 자신과 아내 이름을 딴 자선 단체 ‘Matthew D. & Katherine H. Lee Foundation’을 설립하여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해왔다. 이러한 공로로 2004년 한국외대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았으며, 2008년에는 미국 메릴랜드 주 정부가 수여하는 ‘최우수 기업 100대 경영자상’을 수상했다.
김지은 기자 kimjieu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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