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이스라엘 공습으로 중동발(發) 먹구름이 더 짙어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보복에 급제동을 걸었지만, 언제든 반세기 만에 제5차 중동전쟁이 터질 수 있는 비상 상황이다. 두바이유는 배럴당 90.22달러로 급등했다. 석유 매장량 3위인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 유가가 13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란 시나리오도 나돈다. 금은 온스당 2448달러로 최고치를 갈아치웠고, 원·달러 환율도1385원으로 뛰어올랐다. 지난 2월과 3월 각각 3.1%였던 소비자물가지수가 이달 들어 다시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고유가·고환율·고금리의 ‘신 3고’ 장기화는 한국 경제에 큰 부담이다. 국제 유가가 10% 오르면 글로벌 생산이 0.15%포인트 줄고, 물가는 0.4%포인트 오른다는 게 국제통화기금(IMF) 분석이다.

북·중·러 밀착은 지정학적 리스크를 키운다. 김정은은 13일 방북한 중국 서열 3위 자오러지(趙樂際)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을 만나 “북·중 관계의 새 장”을 외쳤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연내 중국을 국빈 방문하기로 했다. 이에 맞서 미·일 정상은 10일 양국 관계를 최고의 군사동맹으로 끌어올리기로 합의했다.

가위 안보·경제 비상사태 상황이다. 범국가적 초당적 대응이 필요한 때다. 현재의 여소야대는 4·10 이전의 여소야대와 차원이 다르다. 과거의 여소야대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으로 심판받았지만, 이번엔 윤 대통령이 심판받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14일 긴급 경제·안보 회의를 주재했고, 기획재정부는 유류세 인하 조치를 6월 말까지 2개월 추가 연장했다. 그런 조치만으로는 부족하다. 윤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제·안보 현안에라도 머리를 맞대야 한다. 우선, 총선 기간 중 남발한 선심성 공약들부터 걸러내야 한다. 이 대표도 1인당 25만 원의 민생지원금 공약부터 내려놔야 한다. 둘째, 안보관에 대한 거리도 좁혀야 한다. 이 대표는 “더러운 평화” “그냥 셰셰” 등의 인식을 시정하고, 정부는 야당에도 안보 브리핑을 해야 한다. 셋째, 연금 개혁과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등 민생 현안에도 협력해 ‘레임덕 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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