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은 한국 정치권이 인구와 재정 위기를 타개할 만한 대책을 내놓기에는 여전히 역부족이라는 사실을 다시 보여줬다. 여야 간 차이도 별로 크지 않았다. 총선 공약으로 앞다퉈 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하는 것도 비슷했고, ‘저출산 대책’이라는 이름으로 내놓은 사실상의 인구 대책이 재원 마련 방안 등이 빠진 ‘빈껍데기’라는 사실도 동일했다. 한국 경제는 현재 재정과 인구라는, 서로 연결돼 있는 두 가지 근본적인 문제에 직면해 있다.
통계청이 지난 11일 내놓은 ‘2022년 기준 장래인구추계를 반영한 내·외국인 인구 추계 : 2022∼2042년’을 보면 암울한 미래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총인구는 2022년 5167만 명에서 2042년에는 4963만 명으로 감소한다. 언뜻 보기에는 감소 폭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 그러나 인구 감소 폭이 크지 않은 것은 내국인이 늘어서가 아니라 외국인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내국인은 2022년 5002만 명에서 2042년 4677만 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외국인은 같은 기간 165만 명에서 285만 명으로 늘어난다. 2042년이 되면 전체 인구 중 외국인 구성비도 5.7%로 높아진다. 내국인 총부양비(유소년부양비+노년부양비)는 생산연령인구 100명당 2022년 41.8명에서 2042년 81.8명으로 급증한다. 그러나 통계청의 이 같은 예측조차 빗나갈 가능성이 크다. 인구 감소 속도는 지금까지 전문가가 예측한 것보다도 훨씬 빠른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11일 내놓은 ‘2023 회계연도 국가결산 보고서’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재정 건전성을 경제 운용의 제1원칙으로 삼아왔지만, 건전재정 원칙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준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4대 사회보장성기금을 제외한 수지)는 87조 원(국내총생산의 3.9%) 적자였다. 정부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이 전년보다 30조 원 줄었다고 강조하지만, 예산 편성 당시 전망치(58조2000억 원)보다 약 29조 원이나 많다. 문재인 정부 시절보다는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적자 폭이 매우 크다는 비판을 피할 길이 없다.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급증한 복지 수요 등의 이유로 한국 경제가 구조적으로 재정 적자가 불가피해졌다는 사실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정치권은 선거철만 되면 산타클로스라도 된 양 천문학적 재정이 필요한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세상은 악을 행하는 자들 때문에 파괴되는 것이 아니라, 악을 보고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파괴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이 재정과 인구라는 구조적 문제에 직면해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해결책 마련에 나서지 못하면 결과는 자명(自明)하다. 우리나라가 구조적 문제 해결에 본격적으로 나서지도 못한 상황에서 총선이 끝나자마자 이란의 이스라엘에 대한 공습으로 ‘5차 중동전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개인적으로 다소 손해를 보는 한이 있더라도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해 다 함께 적극적으로 나서는 용기(勇氣)가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