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농장’ 펴낸 성혜령
‘두개골 골프’ 등 기행담 내놔
부서지는 일상의 긴장감 그려


성혜령(사진)은 알고 있다. 매일 누리는 듯한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나약한 기반 위에 위태롭게 얹혀져 있는가를. 그렇기에 그의 소설 속에서 특별하지 않은 주인공들의 평온한 시간은 대사 한마디에 완전히 망가져 순식간에 파국으로 치닫기도 한다.

창비신인소설상, 젊은작가상, 이상문학상 우수상 수상작이 하나의 소설집 ‘버섯 농장’(창비)에 담겼다. 한 권의 책만으로도 평단을 홀린 이유를 넘치도록 증명해내는 성혜령 작가를 지난 15일 서울 중구 문화일보사에서 만났다.

성 작가의 단편들은 독자에게 예측할 틈을 주지 않는다. 그의 손에서 주인공들은 의문사한 남성의 두개골을 골프채로 스윙하듯 치고(‘버섯 농장’), 수년 만에 나타난 친구는 며칠 지나지 않아 유골 항아리에 담기며(‘윤 소 정’), 벽에 머리를 찧어대는 사람의 머리 사이로 손을 밀어 넣는다(‘대체 근무’). 은은한 긴장감을 유지하던 인물들이 기행을 벌이는 이유를 묻자 성 작가는 “소설을 쓰며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재미예요. 일상에서는 쉽게 만날 수 없는 인물들을 보여주고 싶었죠”라며 “그러려면 당연한 사회적 예의를 말끔히 무시해버리는, 욕망에 솔직하게 저질러버리는 인물들이 필요하죠”라고 답하며 웃었다.

작가의 말을 통해서 밝히듯 성 작가는 만 15세의 나이에 다리에 암이 생겼고 수차례의 수술을 받으며 투병했다. 그는 “내게 닥친 고통이 무언가 좋은 것으로 되돌아올 것이라는 말이 끔찍이도 싫었다”고 말했다. 작가가 살아온 다양한 삶의 모습이 8개의 작품 안에 촘촘히 녹아 있다. 주인공들은 서로의 다른 처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의 입장만을 생각한다. 그렇게 불화하고 결코 화해하지 않는다. 그러나 동시에 ‘손절’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성 작가는 각 작품의 결말에 대해 “오히려 함께 진창으로 처박힌다”고 말했다. 한 인물의 부서진 일상을 인지하지 못한 채 관계에 휘말린 이들은 언제나 나락으로 떨어져 함께 살아간다.

“처음 병을 얻었을 때 제가 가장 먼저 빼앗긴 건 미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늘 불안했죠. 내일은, 내일은 다른 무언가를 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병원에서 나온 성 작가는 학점 4.5 만점으로 대학을 마치고 대학원에 진학해 문예창작을 전공하며 소설을 썼고, 동시에 영어를 배우며 통번역대학원에 진학해 또다시 석사 졸업했다. 지금은 낮에 직장을 다니며 번역 업무를 하고 밤에는 틈틈이 소설을 쓴다. 불안을 원동력 삼아 더 열심히 쓰고 싶다는 성 작가는 벌써 새로운 작품을 집필 중이다. 이번에는 비과학적인 존재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두 번째 소설집은 전혀 달라야죠. 제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부분들을 채워 예상치 못하는 이야기를 쓰고 싶고, 당연히 장편 욕심도 있습니다.(웃음)”

장상민 기자 joseph0321@munhwa.com
장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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