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회길 후원자가 샛별장학회 장학금을 받은 학생이 감사한 마음을 담아 써준 손편지를 읽으며 미소를 짓고 있다.  초록우산 제공
양회길 후원자가 샛별장학회 장학금을 받은 학생이 감사한 마음을 담아 써준 손편지를 읽으며 미소를 짓고 있다. 초록우산 제공


■ 나눔 실천하는 초록빛 능력자들 - ‘샛별장학회’ 만든 양회길 후원자

지인들과 뜻 모아 18명 지원
학업 성적이 우수한 학생보다
남 도울줄 아는 학생 추천받아
2년간 1억800만원 누적 후원

‘선한 영향력 주는 어른 될게요’
장학금 받은 학생 손편지 감동


“사람마다 가지고 태어난 재능도 다를뿐더러, 요즘처럼 사교육이 많은 상황에서 가정환경이 어려운데 어떻게 공부 잘하는 것을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학업 성적이 우수한 학생보다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남을 돕고 배려할 줄 아는 인성이 바른 학생으로 추천을 부탁드렸습니다.”

지원 대상 학생이 별처럼 밝게 빛났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지난 2022년 ‘샛별장학회’를 만든 양회길(67) 후원자. ㈜중원 회장이기도 한 그는 16일 “그간 어려운 친구, 후배를 금전적으로 지원해왔는데, 이들이 더 이상 도움이 필요하지 않게 되면서 이웃을 위해 나눔을 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그 생각이 샛별장학회를 만들게 된 계기”라고 소개했다. 샛별장학회는 초록우산과 교육청을 통해 도움이 필요한 중학교 2학년 학생을 선발하고 고3 때까지 매달 지속 지원한다. 지난 2022년 4월부터 현재까지 2년간 누적 후원액은 1억800만 원에 달한다. 양 후원자와 그의 지인 6명이 18명에게 매월 360만 원을 후원하며, 이 가운데 양 후원자가 135만 원을 정기 후원한다. 양 후원자는 “5년은 꾸준히 해야 하는 일이다 보니 은퇴를 앞둔 친구나 지인에게 참여를 독려하기 서로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면서도 “그저 지금 하고 있는 일, 하고 싶은 일에 대해 말해주고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끔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발 과정에 일절 관여하지 않는 양 후원자가 특별히 부탁한 한 가지는 인성 위주로 학생을 선발해달라는 것이다. 그는 “보통 장학금을 줄 때는 학업 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추천하기 마련인데 현재 공부 잘하는 것을 기준으로 선정하지 않기를 바랐다”며 “지원 대상이 중2인 이유도 중1 생활을 선생님께서 잘 지켜보시고 취지에 맞는 학생을 추천해달라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양 후원자의 뜻에 따라 매 수업 시간이 끝날 때마다 자발적으로 칠판을 닦는 등 착실하고 봉사 정신이 투철한 학생이 지원 대상으로 선발되기도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나눔의 순간으로 양 후원자는 후원 학생으로부터 손편지를 받았을 때를 꼽았다. 그는 “이름은 알고 있었지만 얼굴 한 번 본적 없는 학생이 직접 감사한 마음을 담아 편지를 써줬을 때 큰 보람을 느꼈다”며 “특히 ‘나중에 사회인이 돼서 후원자님이 베푸신 것처럼 선한 영향력을 펼치는 어른이 되겠습니다’라는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 장학금을 주면서 바라는 게 바로 이것이었기 때문에 정말 보람을 느꼈던 것 같다”고 웃었다.

지난 2월 28일 초록우산 광주지역본부에서 샛별장학회 후원금 전달식 후 양회길(오른쪽 두 번째) 후원자가 이홍렬(〃 세 번째) 홍보대사 등 재단 관계자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초록우산 제공
지난 2월 28일 초록우산 광주지역본부에서 샛별장학회 후원금 전달식 후 양회길(오른쪽 두 번째) 후원자가 이홍렬(〃 세 번째) 홍보대사 등 재단 관계자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초록우산 제공


양 후원자의 오랜 나눔의 원천은 ‘가족’이다. 그는 ‘40년 경찰 공무원’으로 청렴한 공직 생활의 본보기가 된 아버지를 떠올리며 지난 2005년 나눔에 첫발을 뗐다. 형편이 넉넉지 않은 공직자 친구·후배가 부패 등 유혹에 빠지지 않고 책임감 있게 일을 해내길 바라는 마음에서 13명에게 매월 일정 금액을 지원하기 시작한 것이다. 양 후원자는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어서 주변에 여유가 있는 친구나 지인을 일일이 찾아가 취지와 상황을 설명하고 동참해 주길 요청했다”며 “30∼40여 명이 함께해 줌으로써 가능한 일이었다”고 회상했다. 현재는 가족의 응원이 무엇보다 큰 나눔의 원동력이라는 양 후원자는 “앞으로도 꾸준히 나눔을 실천하고 사회에 환원하고자 하는 마음을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아빠가 자랑스럽다고 해줘서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오는 5월 5일엔 어린이날을 맞아 지원하고 있는 미혼모 시설과 아동 양육 시설에 먹거리를 전달할 예정이다. 그는 “가능하면 시설 방문은 잘 안 하려고 하고, 시설에 물품을 전달할 때도 되도록 문 앞에 두고 가거나 사무실을 통해 전달한다. 그저 맛있게 잘 먹으면 그걸로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도움을 받는 입장에서 고마울 수도 있겠지만 그와 동시에 부끄러울 수도 있고 원치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양 후원자는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나 쉼터를 만드는 게 꿈”이라며 “진로상담, 심리상담도 하고 누구나 편히 머무르다 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문화일보 -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공동기획

이소현 기자 winning@munhwa.com
이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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