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의 유명 유튜버 마크 맨슨의 영상이 화제다. ‘세상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를 여행했다’라는 제목의 영상이었다. 그에 따르면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묻는 말에 미국인들은 신체적·정신적 건강, 인간관계, 재정적 안정 순으로 대답했다. 반면, 한국인은 첫 번째로 경제적 안정이라고 답했고 건강과 인간관계는 후 순위로 밀렸다. 맨슨은 한국이 유교와 자본주의의 장점은 버리고 단점만 남겨 놔 우울한 사회로 변했다고 진단한다. 유교의 장점인 가족 중심주의와 공동체와의 유대감 등은 잃어버리고 단점인 수치심과 남에 대한 판단이 극대화했고 자본주의 시스템을 받아들이면서 물질주의와 돈을 벌기 위한 노력은 강조됐지만, 장점인 자기표현과 개인주의가 사라져버렸다는 것이다. 맨슨은 “상충하는 가치관의 조합이 아마도 엄청난 스트레스와 절망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인의 물질주의 중시 경향은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의 ‘데이터로 본 한국인의 가치관 변동’ 논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 논문은 미국의 정치학자 로널드 잉글하트 주도로 전 세계 국가들을 대상으로 주기적으로 진행하는 ‘세계가치관조사’(2015년)와 이를 기반으로 만든 ‘세계문화지도’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잉글하트는 소득이 증대되면 탈물질주의 가치관이 점점 증가한다고 주장한다. 1981년 이후 세계 각국의 가치관 변화를 추적해보면 1인당 국내총생산(GDP) 증가에 따라 국가 가치관이 이 방향으로 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한국은 이러한 흐름에서 벗어난 극히 예외적인 국가 중 하나다. 미국, 일본 등 다른 선진국들의 탈물질주의자 비율은 50%에 육박하는데 한국은 14% 수준에 그쳤다. 통상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지면 너그러워지기 마련인데 한국인은 그렇지 못하다는 의미다.
이런 물질주의 성향은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사회학자 정수복의 ‘한국인의 문화적 문법’을 보면 그 연원을 대략 짐작할 수 있다. 그는 무교와 유교의 결합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보고 있다. 유교는 현세의 삶에 중점을 둔 신념체계이며 사후세계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조선 시대 이후 한국인 삶의 최고 목표는 입신양명이라는 현세적 성공이었다. 이러한 유교적 현세 중심주의와 현실의 재앙을 없애고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무교가 결합해 현세에서의 물질적 행복을 이상적인 삶으로 생각하는 물질주의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역사적 이력이 있는 물질주의 가치관은 한국 자본주의 성격을 윤리성이 결여된 천민자본주의로 만들어버렸다. 정신적 가치 대신 추구한 물질주의 가치관은 지금도 한국에서 큰 힘을 발휘하고 있고, 사교육으로 대표되는 극도의 경쟁 상황과 맞물리면서 한국을 가장 우울한 나라로 만드는 데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나온 수많은 심리학 관련 연구는 물질주의는 낮은 자존감, 높은 우울감, 높은 불안감, 낮은 긍정 등으로 연결된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기도 하다. 물질주의 중독에서 탈출하기 위해선 너나 할 것 없이 물질주의에 깊이 침윤돼 있음을 인정하는 데에서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