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의 이슬람 국가인 이란이 최근 히잡을 쓰지 않은 여성에 대한 단속을 재차 강화하고 나섰다는 보도가 나왔다.
17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예루살렘포스트와 스페인 EFE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란 도덕경찰은 지난 13일부터 페르시아어로 ‘빛’을 의미하는 이른바 ‘누르 계획’에 따라 테헤란 등 여러 도시에서 히잡을 착용하지 않은 여성에 대한 강력한 단속에 들어갔다.
도덕경찰은 공공장소에서 히잡 규정을 어긴 여성들을 마구잡이로 체포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성희롱과 구타 등을 자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여성에게 테이저건을 사용하거나 승용차 유리창을 파손하는 등의 폭력적인 행위도 서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소셜미디어에도 폭력적인 도덕경찰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도덕경찰의 단속 재강화는 이란의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가 이슬람 명절인 ‘이드 알 피트르’(라마단 종료 후의 명절) 설교에서 이란 사회에서 종교적인 규범을 깨뜨리는 행동에 대한 조치강화를 강조한 뒤 나온 것이다. 이에 대해 지난해 노벨 평화상을 옥중 수상한 이란 여성 운동가 나르게스 모하마디는 이날 가족을 통해 인스타그램에 공개한 성명에서 당국이 협박과 공포를 통해 거리를 여성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전쟁터로 만들었다고 이란 당국을 강력하게 비난했다. 그는 이어 거리에서 나타난 이란 여성들의 용감한 저항과 시민 불복종이 이슬람 공화국의 기반을 뒤흔들고 있다면서 "거리는 우리의 것이고, 승리는 우리의 운명"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란에서는 2022년 9월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경찰에 체포됐다가 의문사한 뒤 ‘히잡 시위’가 전국적으로 퍼져나갔다. 이란은 이란혁명 2년 뒤인 1981년부터 9살 이상 여성들에게 히잡 착용을 의무화했으나 아미니의 사망 이후 일어난 시민 불복종 운동 등의 영향으로 최근에는 히잡을 착용하지 않는 여성이 점차 늘어나고 있었다고 예루살렘 포스트는 전했다.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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