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이지 않는
그레고리 J 그버│김희봉 옮김│을유문화사
인간의 상상력은 기술을 앞서왔다. 1990년 개봉된 영화 ‘백투더퓨처2’는 타임머신을 타고 가본 미래(2015년)를 그리며 대형 벽걸이 TV, 화상 전화, 지문 인식 기기 등 당시 기술로 상상할 수 없는 세상을 제시했다. 그리고 실제 2015년이 도래했을 때 이는 모두 현실화됐다.
그렇다면 투명 인간이 된다는 꿈은 과학적으로 실현 가능할까? 이는 1897년 출간된 허버트 조지 웰스의 ‘투명 인간’에 등장한 후 여러 소설을 통해 변주됐고, 2000년대에는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와 ‘할로우맨’ ‘투명인간의 사랑’ 등 다양한 영화의 소재로 쓰였다. 첫 소설 공개 시점을 기준으로 127년이 흘렀지만 투명 인간의 현실화는 요원하다. 하지만 노스캐롤라이나대 샬럿 캠퍼스에서 물리학 및 광학을 가르치고 있는 그레고리 J 그버 교수는 저서 ‘보이지 않는’에서 “보이지 않음의 과학이 가장 선구적인 과학소설(SF) 작가들이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낯설고 예상치 못한 모습으로 다가와 있다”고 말한다.
‘보이지 않는 존재’라는 개념이 막연한 상상에 기댄 건 아니다. 19세기 초 과학자들은 눈으로 볼 수 없지만 분명히 물질 세계에 영향을 주는 두 종류의 빛을 발견한다.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적외선과 자외선이다. 여기에 눈에 보이지 않지만 대부분의 물질을 투과할 수 있는 엑스선이 19세기 말 발견되며 과학과 의학은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단계에 이른다. 가시(可視)광선 밖 범위에도 무언가가 존재한다면, 물체나 인간에도 이를 활용해 보이지 않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란 논리가 구축된다.
물론 ‘보이지 않는’에는 ‘이과생’이 아니라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얘기가 가득하다. 입자와 파동, 양자물리학, CT와 MRI, 변환광학 등 한 번쯤 들어봤지만 정작 구체적인 개념은 설명할 수 없는 키워드들이 난무한다. 그러나 책은 과학 이론서가 아니다. 이런 개념을 도입해 실현시킨 우리 생활 속 기술들은 친근하다. 레이더를 회피하는 스텔스 전투기, 자연재해에 대비해 음파를 차단하는 음파 망토, 정전기장으로부터 MRI 장치를 보호하는 자기 망토 등이다. 통상 영화 속에서 ‘투명’이라는 소재가 범죄나 연애의 도구로 활용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물론 완벽하게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없는 투명 망토가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고, 나오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투명해진다’는 현상 자체에 몰두한 나머지 이 연구에서 파생되는 철학적 통찰, 그리고 이를 접목시켜 우리의 삶을 더 안전하고 이롭게 하는 기술의 점층적 발전까지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360쪽, 2만 원.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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