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뷔 20주년 앨범 낸 ‘페퍼톤스’
잔나비·멜로망스·스텔라장 등
동료들이 리메이크한 곡들 채워
“20년쯤 되니까 자랑하고 싶네요.”
올해 결성 스무 돌을 맞은 밴드 페퍼톤스의 두 멤버 신재평(43·기타)과 이장원(43·베이스)의 겸손한 소감이다. 낚싯줄처럼 탱탱하고 긴 생명력을 이어온 페퍼톤스는 그들을 ‘오래된 맛집’에 비유했다. 줄 설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루지 않더라도, 영업 시작과 마무리 시간을 정확히 알고 찾는 손님처럼 페퍼톤스의 팬들도 20년간 그들 곁을 지켰다.
지난 11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두 사람은 “시간 참 빠르다. 매년 할 일들을 하다 보니 앞자리 숫자가 바뀌어 여기까지 왔다”면서 “20년쯤 해보니 덜 민망하다. 그래서 감사한 마음으로 축하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페퍼톤스가 17일 발표한 20주년 기념 앨범 ‘Twenty Plenty’(트웬티 플렌티)에는 총 20곡이 담겼다. 새 노래 10곡을 눌러 담은 B SIDE ‘<
신재평은 “리메이크 아이디어를 듣고 너무 좋았지만 ‘그건 레전드들이 누리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했다. 저희는 그리 대단한 밴드가 아니다”라면서도 “우리가 그동안 애정을 갖고 해온 일들이 주위에 작은 영향을 끼친 후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 같다. 보람 있다”고 기뻐했다.
두 사람은 열아홉 살에 만났다. 각각 ‘데이’ ‘삼각주먹밥과 곤약젤리들’이라는 교내 밴드로 활동하다가 의기투합했다. 처음에는 카이스트 출신이라는 그들의 이력에 더 눈이 갔다.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했을 때는 ‘가요계에 뺏긴 과학 인재’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하지만 더 이상 이런 설명은 ‘뮤지션’이라는 호칭을 앞서지 않는다.
이장원은 “처음에는 인터뷰에서 아무리 음악 얘기를 해도 그 부분만 부각됐다”면서 “학교에서 배운 것과 관계없는 일을 하는데 학교에 관심을 가져주시니 학교에 죄송하다. 이러라고 우리를 배출한 건 아닐 텐데”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페퍼톤스의 음악과 지난 20년을 한 줄로 정리해달라는 주문에 신재평은 “영원한 논쟁거리”라고 고민하면서도 페퍼톤스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곡을 꼽아달라는 주문에는 주저 없이 ‘행운을 빌어요’를 꼽았다.
신재평은 “공연 세트리스트를 짤 때 꼭 들어가는 노래가 ‘행운을 빌어요’다. 저희는 20년간 일관되게 ‘희망을 잃지 말자’는 낙관적인 이야기를 지켜왔기 때문에 이 노래가 간판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고, 이장원은 “데뷔 후 대전의 한 편의점에 갔는데 라디오에서 저희 노래가 들리던 순간이 너무 기억에 남는다. 편의점 직원한테 ‘저희 노래’라고 얘기했던 순간이 제일 좋았던 기억”이라고 거들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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