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들 재판부에 불허 요청
여신도들을 성폭행하고 강제 추행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3년을 선고받은 기독교복음선교회(통칭 JMS) 총재 정명석(78) 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재판부가 녹음 파일 복사를 허가한 것을 둘러싸고 ‘2차 가해’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피해자들은 JMS 측의 지금까지 행태로 볼 때 피해자 음성이 담긴 녹취파일이 신도 집회나 온라인 등을 통해 퍼질 우려가 있다며 재판부에 녹음 파일 복사를 불허할 것을 요청하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메이플과 프랜시스, 한국인 여신도 등 JMS 피해자들의 법률대리인인 정민영 변호사는 19일 정 씨의 준강간·준유사강간·강제추행·준강제추행 등 혐의 사건을 심리하는 대전고법 형사3부(김병식 부장판사)에 성범죄 피해 사실이 녹음된 녹음 파일에 대한 피고인 측의 복사 신청을 불허해 달라는 의견서를 냈다.
정 변호사는 "JMS는 이 사건 고소 이후 피해자들이 우울증을 겪고 있다는 등 개인정보를 포함한 보도자료를 내면서 ‘정신병자’라거나 ‘도덕적으로 타락한 여성’으로 묘사하는 방법으로 피해 진술이 허위라고 주장해 왔다"며 "집회에서 메이플의 일기장과 사진, SNS 아이디 등을 무대 영상에 공개하고, 한국인 신도의 프로필 사진을 노출하는 등 조직적으로 2차 가해 행위를 해 왔다"고 지적했다.
정 변호사는 "녹음 파일 복사본을 신도들에게 배포해 집회 등을 통해 대중에게 공개할 것이고, 피해자다운 태도가 아니라고 주장하며 비난하고 공격하는 용도로 쓰이게 될 것"이라며 JMS 측의 녹음 파일 복사를 허가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정 변호사는 "녹음 파일 열람만으로도 증거 능력의 유무를 판단하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설명했다.
검찰도 지난 16일 열린 항소심 속행 재판에서 "이전에도 정명석 재판에 대해 제출한 의견서가 다른 공범 사건에 있는 변호사에게 전달돼 사용됐던 적이 있다"며 "녹음 파일 등사를 허용할 경우 어디까지 유출될지 우려되며, 피해자 육성이 그대로 녹음돼 있어 불특정 다수에 배포되면 사생활 침해가 일어날 것은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피해자들은 정명석을 고소했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생명과 신체에 위협을 받고 있다"며 "등사를 허용할 경우 어디까지 영향력을 미칠지 알 수 없고, 나중에 재판부나 수사기관에 책임이 돌아올 수 있는 만큼 신중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피해자 메이플의 경우 재판부의 녹음 파일 등사 허가 방침에 매우 격앙된 상태로 알려졌다. 메이플은 해당 재판부에 전화해 "파일을 그 사람들이 갖고 있으면 뭘 할지 알 수 없다"며 "모든 걸 다 공개하고, 고소했는데, 제가 얼마나 더 참고 기다려야 하느냐. 이제 더는 안 하고 싶다"고 울먹이며 고소를 취소하겠다는 뜻까지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정 씨 측은 지난 16일 속행 공판에서 해당 파일은 원본이 없고 원본에 가까운 녹취 파일 사본이 존재하는데, 동일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등사가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1심 재판부는 검찰에 열람을 신청하라며 녹음 파일 복사 신청을 기각했지만, 2심은 "증거는 상대방의 방어권 행사를 위해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열람·등사를 허용하게 돼 있다"며 허가했다. 다만, 2심 재판부는 등사 파일을 다른 곳에 배부하지 못하도록 제한할 방법을 강구하는 등 조치하겠다고도 덧붙였다.
정 씨는 2018년 2월부터 2021년 9월까지 충남 금산군 진산면 월명동 수련원 등에서 23차례에 걸쳐 홍콩 국적 여신도 메이플을 추행하거나 성폭행하고, 호주 국적 여신도 에이미와 20대 한국인 여신도를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정 씨는 20대 여신도 4명을 추행하거나 성폭행한 죄(강간치상 등)로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복역해 출소하자마자 범행을 저질렀다.
오남석 기자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