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힙노시스: LP 커버의 전설’ 코르빈 감독

핑크 플로이드·레드 제플린 등
당대 최고 록밴드들과 작업
“그들은 앨범 커버계의 비틀스”


음악을 스트리밍 형식으로 소비하는 요즘 시대엔 믿기 힘들겠지만, LP를 사 모으던 시절이 있었다. 음악을 듣기 위한 목적에 더해 저마다 개성을 자랑하는 LP판 자체를 간직하고 싶은 욕망으로, 그 시절 앨범 커버는 하나의 예술이었다.

영화 ‘힙노시스: LP 커버의 전설’(5월 1일 개봉)은 록음악의 황금기이자 대중문화의 격변기였던 1970년대에 가장 파격적이고, 무모하며, 끝내주는 앨범 커버를 만들었던 영국 디자인 그룹 ‘힙노시스’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1964년 영국 케임브리지의 히피 모임에서 만난 오브리 파월과 스톰 소거슨(2013년 사망)이 결성한 힙노시스는 1970년대 록밴드 중흥기와 맞물리며 수많은 명작을 남겼다.

당대 최고의 밴드들이 힙노시스와 함께했다. 핑크 플로이드, 레드 제플린, 블랙 사바스, AC/DC, 스콜피온스, 그리고 비틀스의 폴 매카트니까지 열거하기에도 벅차다. 이들 다수가 영화에 출연한다. 개봉을 기해 서면으로 만난 안톤 코르빈(사진) 감독은 “영화를 위해 인터뷰해준 사람들은 힙노시스에 대한 존경을 표한 것”이라며 “그들 모두 스톰과 오브리가 얼마나 특별한 예술가들인지 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폴 매카트니의 경우엔 국내에 ‘킹스맨’으로 잘 알려진 배우이자 이 영화의 제작자인 콜린 퍼스가 직접 편지를 썼다고 한다.

힙노시스는 앨범 커버 디자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뒤엎어 ‘앨범 커버 디자인계의 비틀스’라고 불린다. 초현실적이고 몽상적인 이미지들은 살바도르 달리나 르네 마그리트, 프랜시스 베이컨 등 화가의 작품이 연상된다. 검은 바탕에 프리즘 이미지만 덩그러니 있는 핑크 플로이드의 ‘다크 사이드 오브 더 문’이나 노래와 상관도 없는 젖소 사진을 전면에 내세운 ‘아톰 하트 머더’는 힙노시스의 대표작이다. 핑크 플로이드의 ‘위시 유 워 히어’ 커버를 위해선 워너브러더스의 스턴트맨이 실제로 몸에 불을 붙였다. 이 앨범 커버는 방탄소년단(BTS)이 ‘불타오르네’ 뮤직비디오에서 오마주해 화제가 됐다.

영화에서 드러나는 1970년대 팝음악 풍경은 오늘날과 확연히 다르다. 느슨하지만, 하고 싶은 말을 자유로이 했던 예전 가수들과 음악 산업에 대한 향수가 물씬 느껴진다. “가수들이 상품이 아닌 예술가이며 LP 디자인이 예술이던 시절”이란 ‘오아시스’ 멤버 노엘 갤러거의 말은 예술보단 상품에 가까운 오늘날 대중음악을 본의 아니게 겨냥한다. 코르빈 감독은 “전적으로 같은 생각”이라며 “바로 이 이유 때문에 우리는 지금 힙노시스의 작품들을 재조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앨범 커버가 예술 작품인지는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예술에 자유가 허용되는지는 매우 중요한 문제예요.”

코르빈 감독은 음악에 조예가 깊다. 사진작가로 활동을 시작했던 그는 이후 U2, 롤링스톤스 등 세계적인 록밴드와 뮤직비디오 작업을 함께했다. 작고한 명배우 필립 시모어 호프먼 주연의 ‘모스트 원티드 맨’과 제임스 딘을 다뤘던 로버트 패틴슨 주연의 ‘라이프’ 등 극영화 작업도 활발히 하고 있다. “이 영화에 어떤 메시지가 있다면, 음반에 담긴 음악뿐 아니라 음반이 담긴 커버에도 아름다움이 있다는 거예요.”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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