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시민대표단의 56%가 ‘더 내고 더 받자’는 1안(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에 찬성해 ‘조금 더 내고 그대로 받자’는 2안(보험료율 12%, 소득대체율 40%) 찬성(42%)을 앞섰다. 기초연금은 소득 하위 70%에 주자는 ‘현행 유지’가 더 많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1안은 ‘조금 더 내고 더 많이 받자’는 것으로, 개혁 아닌 개악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안은 향후 70년간 국민연금 누적 적자를 1970조 원 줄이는데, 1안은 오히려 702조 원 늘린다. 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악화시키는 1안은 세계의 조롱거리가 될 정도다.

이는 시민대표단을 구성할 때부터 예고된 선택이나 다름없었다. 기계적으로 인구 비례로 선정하는 바람에 향후 연금을 부담할 청년들의 비율이 너무 적었다. 500명의 패널도 소득 보장에 찬성하는 쪽 245명, 재정 안정에 찬성하는 쪽 172명이어서, 애초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 향후 70년간 1268조 원에 달하는 두 안의 누적적자 차이를 토론 자료집에 넣지 않고 전문가 설명으로 그쳤다고 한다. 소득보장론의 입김이 세졌고, 미래 세대에 부담을 떠넘기는 ‘포퓰리즘 방안’이 힘을 얻을 수밖에 없었다. 고통 분담을 좋아할 사람은 없다. 정치가 지배하는 국회에서 이런 인기투표 방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뻔했다.

연금개혁은 더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이지만, 이런 제21대 국회에서 제대로 된 개혁을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다. ‘정권 초기에 힘있게 연금개혁을 하겠다’던 윤석열 정부의 장담도 빈말에 그쳤다. 지난해 보험료율·소득대체율 등 핵심을 뺀 맹탕 개혁안을 국회에 넘겼을 뿐이다. 그렇다고 이대로 손을 놓으면 미래세대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진다. 정부가 책임 있는 자세로 제대로 된 대안을 다시 제시해야 한다. 선진국들의 사례를 봐도 정부가 객관적인 재정계산과 전문가 의견을 종합해 최선의 개혁안을 만들어내고 국민을 설득해 관철했다. 다행히 다음 지방선거(2026년 6월 3일)까지 2년 이상 전국 규모 선거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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