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예상을 뛰어넘는 1.3%를 기록하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총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전 국민 대상 1인당 25만 원 지급’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 주장이 힘을 잃고 있다. 민주당은 민생회복지원금을 윤석열 대통령-이재명 대표 회담 의제로 상정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수출과 내수가 쌍끌이 회복을 보이면서 건전 재정을 유지해야 한다는 재정 당국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26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전날 발표한 1분기 실질 GDP 성장률 1.3%는 2년 1분기 만에 최고치다. 정부 안팎에서는 내수부진 등을 근거로 1분기 성장률을 0.6∼0.7% 수준으로 예상해왔다. 그러나 ‘GDP 서프라이즈’가 실현되면서 올해 성장률은 한은(2.1%)은 물론, 정부·한국개발연구원(KDI)·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성장률 전망치(2.2%)까지 뛰어넘어 2%대 중반까지 가능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에 정부의 ‘추경 불가론’은 점점 힘을 받을 전망이다. 국가재정법상 경기 침체·대량 실업·남북관계 변화·경제 협력 등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을 때만 추경을 편성할 수 있는데, 양호한 경제지표가 나온 상황은 추경 요건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당과 정부는 민주당이 요구하고 있는 13조 원 규모의 추경 편성은 법정 요건에 맞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성장률은 높게 나왔지만, 갈수록 악화하는 국가 재정상태도 추경 편성이 어렵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나랏빚(국가채무·1126조7000억 원)이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1100조 원을 돌파한 데다, 지난해 발생한 56조 원이 넘는 세수결손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기업들이 법인세도 많이 감소해 세수 전망은 더욱 어둡다. 13조 원의 추경 투입은 물가 불안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도 추경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수십조 원에 달하는 전 국민 대상 지원금 지급이 투입 재정 대비 경기부양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도 큰 상태다.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10차례나 추경을 했지만, 당시 KDI는 100만 원을 받았을 때 소비 효과는 30만 원에 그쳤다고 분석한 바 있다. 다만, 국민이 느끼는 체감물가 상황은 여전히 좋지 않아 향후 체감물가의 회복 여부가 추경 편성 논란에 주요한 이슈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