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은 조용하고 여유로운 분위기 때문인지 오랫동안 특색 없는 도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그러나 몇 년 사이 제과점 성심당이 전국적으로 인기를 얻으며 반드시 방문해야 할 도시로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성심당은 대전에서만 매장을 운영하기 때문에 이곳 빵을 사려면 대전에 와야 한다. 지난해 연 매출이 1000억 원을 돌파해 전국 비프랜차이즈 제과점 중 1위였다. 대전 시민만으로는 달성하기 힘든 수치다. 빵을 사러 오는 김에 대전 대표 음식인 칼국수와 두부 두루치기를 먹거나, 인근 상권을 찾는 관광객이 늘고 있다고 한다. 성공한 로컬 기업이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끌고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심각한 지방 소멸 위기에 놓여 있다. 저출산, 고령화, 인프라 격차로 인한 수도권 밀집 등이 해소되지 않고 오랜 시간 쌓여온 결과다. 위기 해소를 위해 행정안전부에서는 2021년부터 인구감소지역을 지정해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7월에는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가 출범했다.
이런 가운데 성심당이나 강릉 테라로사 같은 로컬 기업이 지방 소멸의 해결책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역의 자연·문화 특성과 아이디어를 결합해 사업적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을 로컬 크리에이터라고 한다. 정책 방향은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수립하고 지원 업무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추진한다. 비즈니스 모델 구체화와 멘토링, 브랜딩, 마케팅 등 사업화에 소요되는 자금을 지원한다.
이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선 지방자치단체의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지역 유명 업체를 찾아온 관광객이 인근 상권과 관광지로 자연스럽게 유입될 수 있도록 환경을 정비하고 연계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지자체 업무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대전에서 태어나 현재도 사는 토박이다. 도시 성장을 생생하게 목격했고, 대전 서구청장과 대전시장을 거치며 직접 행정을 이끌기도 했다. 필자가 대전시장이던 시절에도 원도심 쇠퇴는 큰 문젯거리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로컬 브랜드에 대한 정의조차 없던 시절부터 원도심 활성화 사업이나 로컬 브랜딩에 집중했었다.
중앙데파트와 홍명상가는 한때 대전 원도심을 대표하는 랜드마크였다. 이후 시간이 흘러 노후화로 인한 붕괴 위험과 인근 상권 쇠퇴로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지만, 각종 민원으로 철거조차 못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필자가 시장이던 2008년과 2009년 이 두 상가를 35년 만에 철거해 원도심 재생 기반을 마련했다. 벽화마을의 경우 필자가 대전시장 시절 추진했던 무지개프로젝트를 벤치마킹한 사례다. 이 프로젝트는 지속 가능한 도시를 만들고자 진행했던 도시재생 사업이다. 낙후 지역에 주민과 지역 예술가가 함께 공공미술을 설치해 삶의 질과 공동체 문화를 높이는 것을 뼈대로 한다. 이를 통해 해당 지역을 로컬 브랜드로 재탄생시키며 관광객을 불러 모았었다.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이라는 공자의 유명한 말이 있다. 로컬 크리에이터나 로컬 브랜드는 최근 등장한 단어지만, 필자를 비롯한 여러 행정가들이 추진했던 정책과 맞닿아 있다. 본격적인 지원에 앞서 지방행정과 정부가 협업해 지역별 사례를 철저히 분석하고 그 결과를 현재에 맞춰 적용해야 한다. 이렇게 육성되는 로컬 크리에이터는 지방 소멸 해소는 물론 진정한 지방분권의 첫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