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효치(오른쪽) 시인이 지난 2019년 한국문인협회 이사장에서 퇴임하며 당시 문협 편집국장으로 일했던 필자(김밝은 시인)에게 수고했다는 인사로 직접 글과 글씨를 쓰고 도자기로 구운 공로패를 선물해줬다.
문효치(오른쪽) 시인이 지난 2019년 한국문인협회 이사장에서 퇴임하며 당시 문협 편집국장으로 일했던 필자(김밝은 시인)에게 수고했다는 인사로 직접 글과 글씨를 쓰고 도자기로 구운 공로패를 선물해줬다.


■ 고맙습니다 - 제 시의 스승님 문효치 시인

봄날의 꽃향기에 잠깐 눈 감았다 뜬 것 같은데, 그새 연두에서 초록으로 번져가는 5월입니다.

오월엔 기억해야 할 사랑이 유난히 많습니다. 제게도 고개 숙여 인사드릴 스승님이 몇 분 계시는데 오늘은 평생 손잡고 갈 ‘시’라는 친구를 알게 해주신 문효치 선생님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자 합니다. 어쩌면 제 삶이 시를 알기 전과 시와 함께 걷게 된 뒤의 삶으로 나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요.

스승님을 생각하면 몇 가지 특별한 이야기가 떠오르는데요. 잊고 지냈던 문학소녀의 꿈을 이뤄볼 수 있을까, 막연한 기대를 안고 시창작교실의 문을 조심스레 열고 들어간 날이 잊히지 않습니다. 들어본 적 없던 문단 이야기며 문학과 시인들에 관한 끝없는 이야기에 빠져 헤어나오기가 어려웠습니다. 온몸을 떨리게 하는 시를 만나러 가는 월요일이 너무 더디게 오는 것 같았지요. 가끔 써가던 시에도 별말씀이 없으셔서 제 딴엔 제법 쓰는 줄 착각도 했습니다.

그렇게 5년여의 세월이 흘러 등단을 하게 되었습니다. 게으름 피우지 않고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는데 비밀 하나를 말씀해 주셨습니다. “처음에 써오던 시는 싹이 보이지 않았어. 딱 중학교 문예반 수준이었다고나 할까. 그런데 어느 날 벽 하나를 넘는가 싶더니 등단할 만큼 발전해서 놀랍기도 했다.” 그 말씀을 들으며 조금 섭섭하기도 했지만 한편 얼마나 감사하던지요. ‘너는 싹이 보이지 않는다’셨거나 ‘시가 형편없다’고 핀잔을 주셨다면, 어쩌면 주저앉았을지도 모르니 말입니다. 싹을 자르지 않고 연약한 나무에 물을 주고 거름을 주시면서 지켜봐 주셨다는 생각에 뭉클했습니다.

간혹 따끔한 말의 회초리를 주셔도 섭섭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시인은 정년도 없고 은퇴도 없으니 얼마나 아름다운 직업이냐고, 시간이 될 때마다 하시는 말씀도 마음에 새겨두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시에 대해 절망하게 될 때도 다시 시를 붙잡게 되는 힘이 되곤 합니다.

그리고 선배 시인들의 손사래 때문에 등단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저를 한국 문단에서 가장 큰 문학단체의 편집국장으로 부르셨을 때도 주변의 우려와 염려의 목소리가 컸던 것으로 압니다. 마음고생이 없지 않으셨을 텐데 한 번도 제게 그런 걱정을 보여주지 않으셨지요. 저 역시 선생님께 누가 되지 않도록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그렇게 믿고 지켜봐 주신 덕분에 문학적 소양을 쌓으며 시야를 넓히는 귀한 시간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스승님의 제자 사랑은 문단에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작은 일에 세심하시고 큰일에는 대범하신 스승님. 군산과 서울을 오가며 제자들에게 시에 관해 이야기하실 때나 제자들의 시를 들여다보실 때는 언제나 즐겁다는 말씀에 저도 자세를 바로잡곤 합니다. 소년 같은 표정으로 허허 웃으시다가도 시를 대하실 때면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으시는 냉철한 모습은 또 얼마나 멋지신지…. 스승님께서 늘 힘주어 말씀하시는, 시인은 우주 삼라만상의 글자가 없는 책도 읽을 줄 알아야 한다는 채근담의 말도 오래 기억하겠습니다.

고향에 지으신 수죽헌(修竹軒)에서 현역 시인으로 시를 쓰면서 제자들을 이끌어주고 계시는 스승님, 오래도록 저희 곁에 계시면서 쓴소리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시에 대해서는 늘 청춘인 스승님, 마음 깊이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제자 김밝은 (시인·‘한국시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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