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이 지난 1월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쇼(CES) 2024’ 미디어데이에서 발표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제공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이 지난 1월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쇼(CES) 2024’ 미디어데이에서 발표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제공


■ 곽노정 사장 ‘AI반도체 비전’

적어도 내년까지 공급부족 지속
AI 메모리 비중 5%→61% 전망

K-반도체, 차세대 HBM도 주도
HBM4에도 16단제품 구현 예정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이 2일 “올해에 이어 내년에 생산할 고대역폭메모리(HBM) 물량이 대부분 ‘솔드 아웃’(매진)된 상태”라고 밝혔다.

초거대 인공지능(AI) 시대의 주도권을 둘러싸고 빅테크 간의 ‘쩐의 전쟁’이 확산하는 가운데, AI 반도체는 물론 AI 반도체 필수품으로 꼽히는 HBM의 공급 부족 사태가 적어도 내년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얘기다. 한국 수출 성적과 세수를 좌우하는 한국 반도체 실적이 본격 반등기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나온다. SK하이닉스는 D램을 수직으로 12단까지 쌓아 올리는 5세대 HBM(HBM3E) 12단 양산을 올 3분기에 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가 지난 3월 말 양산하기 시작한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HBM3E’ 제품.  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가 지난 3월 말 양산하기 시작한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HBM3E’ 제품. SK하이닉스 제공


곽 사장은 이날 경기 이천시 자사 연구개발(R&D)센터에서 ‘AI 반도체 비전과 전략’을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내년에 공급할 HBM 물량도 이미 동이 난 상황”이라면서 이처럼 밝혔다. 그는 또한 “HBM3E 12단 제품은 내달 샘플을 출시한 후 3분기에는 양산에 돌입하겠다”고 말했다. 곽 사장은 “현재 AI는 데이터센터 중심이지만, 향후 스마트폰, PC, 자동차 등에 탑재되는 AI로 빠르게 확산될 전망”이라면서 “AI에 특화된 초고속·고용량·저전력 메모리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의 AI 인프라 담당인 김주선 사장은 “AI 시대에 들어서,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데이터 총량은 지난 2014년 15ZB(1ZB = 10억TB)에서 오는 2030년 660ZB까지 늘어날 것”이라면서 “2023년 전체 메모리 시장의 약 5%(금액 기준)를 차지했던 HBM과 고용량 D램 모듈 등 AI 메모리 비중이 2028년엔 61%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HBM 공급 부족 상황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범진욱 서강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AI는 거대언어모델(LLM)·코파일럿 등 다양한 제품이 새로 나오고 있고, 스마트폰에도 적용되는 상황”이라며 “HBM은 학습에 주로 쓰이는 제품인데, 계속 새로운 모델이 나오면서 수요가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AI 반도체 문제는 적어도 2025년까지는 계속될 것”이라며 “공급량이 늘어야 수급 문제가 완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에서는 앞서 HBM3E 12단 제품을 2분기에 양산하겠다고 선언한 삼성전자와 함께 SK하이닉스도 연내 양산 계획을 밝히며 ‘K-반도체’가 이제 막 개화하는 5세대에 이어 차세대 HBM 시대도 주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곽 사장은 최근 HBM 성장세에 힘입어 업계 화두로 떠오른 패키징 기술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는 “SK하이닉스 고유의 첨단 패키징 공법인 ‘어드밴스드MR-MUF’는 HBM 고단 적층에도 최적화돼 있다”며 “6세대 HBM(HBM4)에도 이 기술을 적용해 16단 제품을 구현할 예정이며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 역시 선제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SK하이닉스는 국내외 투자에도 속도를 높일 방침이다. 지난달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 기지를 건설하기로 확정했다. 이곳에서 2028년 하반기부터 차세대 HBM 등 AI 메모리 제품을 양산할 예정이다. 총 415만㎡(약 126만 평) 부지에 조성하는 용인 클러스터에 건설 중인 첫 팹(생산시설)은 2025년 3월 공사에 착수, 2027년 5월에 준공할 계획이다.

이승주 기자 sj@munhwa.com
이승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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