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열린 부산 기장 미역·다시마 축제에서 고령의 이동마을 부녀회원들이 시식회를 진행하고 있다.  기장군청 제공
지난달 26일 열린 부산 기장 미역·다시마 축제에서 고령의 이동마을 부녀회원들이 시식회를 진행하고 있다. 기장군청 제공


구성원 대다수 60~80대 고령층
고령화에 행사 진행여력 떨어져

부산 기장군, 마을축제 통합추진
27년 역사 멸치축제 올해 취소


부산=이승륜 기자 lsr231106@munhwa.com, 춘천=이성현 기자

지역 향토 문화와 산업을 알리는 데 일조해온 마을 축제가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명맥이 끊길 위기에 처했다. 촌락 구성원 대다수가 60~80대 고령층으로 행사를 꾸려가기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축제를 어렵게 이어 가거나 아예 중단하는 사례가 전국에서 속출하고 있다.

부산 기장군은 이달 용역을 통해 각 마을의 9개 축제를 통합해 군 단위로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2일 밝혔다. 그간 지역 특수성을 이유로 축제 통합에 반대하는 여론이 많았으나 주민 고령화로 축제를 진행할 여력이 떨어지자 군이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 26일부터 3일간 열린 이동마을의 ‘기장 미역·다시마 축제’는 마을 내 미역·다시마 양식 종사자의 70%가량이 60·70대여서 행사 진행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 축제는 해양수산부 지정 미역·다시마 특구인 부산 기장군의 지역 행사로, 지난 17년간 매년 3만~4만 명이 행사장을 찾았다. 코로나19 등 여파로 중단됐다가 올해 5년 만에 축제가 재개됐지만, 이 마을의 나잠·양식·해조류 어업 종사자 93명이 모인 어촌계도 60~80대가 90%를 차지해 행사 준비와 운영이 쉽지 않았다. 이렇다 보니 축제 조직위원회는 축제 운영과 교통 통제를 위해 모범택시기사와 인근 지역 마을 청년 봉사자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축제총괄본부장을 맡은 김경영 이동어촌계장은 “나이 많은 주민들이 오전에 축제를 진행하고 오후에 조업에 나서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50대 이하 젊은 원주민은 더 좋은 주거·교육 환경과 일자리를 찾아 떠났다”고 푸념했다.

1997년부터 매년 4월 20만 명이 찾는 대변마을 기장멸치축제는 올해 아예 취소됐다. 축제 때마다 무료시식 등 행사를 도맡아온 부녀회원 30여 명이 70대 이상으로 고령화가 심각하다. 이 마을 320가구의 절반이 60~80대 고령자여서 축제에 필요한 부스 운영이나 주차 관리 등을 위한 인력 확보도 쉽지 않았다. 마을 측은 내년 지역 자생단체나 봉사단체의 힘을 빌려 축제를 재개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유평규 대변마을 이장은 “부족한 인력 충원을 하느라 적자가 예상돼 결국 축제를 포기했다”며 “그렇다고 외부 상인을 상대로 유료 부스를 운영하자니 지역 축제 의미가 퇴색돼 고민이 많다”고 설명했다.

비슷한 이유로 강원 강릉시의 주문진 복사꽃마을은 매년 4월 열었던 복사꽃 축제를 올해 열지 않기로 했다. 속초시 상도문1리 벚꽃 축제도 열리지 않았는데, 주민들은 몇 차례 회의를 통해 결국 축제를 폐지하기로 했다. 매년 1만 명가량의 상춘객이 꽃을 보기 위해 마을을 찾지만, 70~80대가 대다수인 주민만으로 축제를 꾸리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를 지원해온 속초시 농촌기술센터 관계자는 “자생적으로 지역 특색을 살려야 하는 마을 축제의 취지를 해칠 수 있어서 기관이 주도해 축제를 끌고 가는 것도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승륜
이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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