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팔레스타인 1936
오렌 케슬러 지음│정영은 옮김│위즈덤하우스
7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중동은 세계의 화약고였다. 그 중심에는 이스라엘이 있다. 지난해 하마스의 침공으로 다시 한번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불화의 뿌리에 대해 많은 사람은 ‘알 나크바’(대재앙의 날·1948년 이스라엘의 건국과 그로 인한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실향과 학살을 겪은 사건)를 꼽는다. 그러나 오랜 시간 이스라엘 일간지 ‘하레츠’ ‘예루살렘 포스트’ 등에서 활동한 저널리스트 오렌 케슬러는 알 나크바 이전 1936년에 시작돼 3년 넘게 지속된 ‘아랍 대봉기’를 답으로 내놓는다.
저자는 알 나크바만으로 현재의 이-팔 관계를 명쾌하게 설명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일순간 팔레스타인 거주 유대인들이 모두 급진적 건국을 원하는 강경 시온주의자가 됐거나 팔레스타인 거주 아랍인들이 강경 무장파로 변했을 리 없기 때문이다.
또한 이스라엘의 건국에는 팔레스타인에 유대인을 위한 민족국가를 수립하는 데 동의한다고 발표한 ‘밸푸어선언’을 비롯해 영국과 유럽의 상황이 긴밀하게 연관돼 있는데 알 나크바만으로는 관계의 맥락을 충분히 볼 수 없다는 점도 꼼꼼히 짚는다.
1930년대 중반이 되자 1차 세계대전의 여파로 유럽 각지에 흩어져 있던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 지역으로 모여들게 되고 이들이 강력한 민족주의 공동체를 꾸려 부동산과 은행 등 지역 경제를 장악해 나간다. 특히 저자는 1934년 아랍의 비밀결사조직 ‘검은 손’을 설립해 시온주의자들의 대규모 이주에 투쟁하던 이맘(이슬람 지도자) 이즈 알 딘 알 카삼이 팔레스타인 경찰에 의해 사망하면서 팔레스타인 아랍인들의 단결된 쟁의심이 분출되기 시작했다는 것에 주목한다.
유대인과 아랍인 양측에 막대한 피해를 안겨준 대봉기는 유대인들에게 아랍인들이 유대 국가 설립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했고, 영국의 허가를 받아 군사력을 마련하게 했다. 처음에는 단결했던 아랍인들도 영국군에 의해 처절하게 진압당하며 민족을 안정시킬 수 있는 다양한 성향의 정치인들이 모두 추방된 채 속절없는 분열의 길을 걷는다.
저자는 오늘날의 갈등에 결정적 영향을 준 시작점인 대봉기가 알 나크바에 가려져 연구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중동 아랍인들의 입장에서는 알 나크바를 강조할수록 모든 분열의 책임을 이스라엘과 서구에 돌릴 수 있다는 점이며,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자신들에게 가해진 피해 중 하나일 뿐이기에 중요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책은 다소 짧은 기간을 집중적으로 분석하기에 오늘날 갈등의 해결책까지 내놓지 못한다. 그러나 오히려 서로가 뒤틀리기 시작한 시점의 입장을 제대로 반추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드러낸 이 책은 새로운 평화의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남긴다. 528쪽, 2만8000원.
장상민 기자 joseph032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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