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평론가의 서재
프랑스는 19세기 말 책 수집가들에게 은혜로운 공간이었다. “필경과 인쇄, 책의 장정 같은 예술 분야가 가장 훌륭한 솜씨를 발휘하는 곳”이 바로 프랑스였기 때문이다. 파리에서 책 사냥에 나서려면 아침형 인간이 되어야만 했다. “오전 일곱 시 반부터 아홉 시 반까지”가 소위 낚시꾼들이 말하는 “물때”이기 때문이다. 고서적 노점상이 이 시간에 책을 꺼내 진열하면, 규모가 더 큰 서적상의 대리인들이 가치 있음 직한 책들을 쓸어간다. 아마추어 책 사냥꾼들이 즐거움을 만끽하려면 그만큼 부지런해야 함은 불문가지(不問可知). 왜 이런 수고까지 무릅쓰고 책을 곁에 두고자 할까. 저자는 말한다. “책은 친구이며, 계속해서 변화하는 친구로서 우리 자신의 변화 또한 환기시키는 존재다.”
책 사냥꾼들이 사랑한 책 중 최고는 “필사본”인데, 이유는 간단하다. 모든 필사본은 “세상에서 오직 하나밖에 없다는 사실” 때문이다. 필사본이 완전한지 판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공부밖에는 도리가 없었다. 특히 “채식 필사본을 수집하고 싶은 수집가”는 대영박물관 등을 다니면서, 즉 “시간을 들여 진지하게 공부해야”만 했다. “삽화가 들어간 책”도 마찬가지다. 삽화가 책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시작한 것은 18세기 중후반인데, 텍스트의 이해도를 높일 뿐 아니라 그 자체로 아름다움을 독자들에게 선사하기 때문이다. “천국에서 온 사자의 지시를 받아” 작업한 삽화가 담긴 작품이라는 찬탄을 받은 책도 있다. 사회 풍자에도 삽화가 적절한 역할을 수행하기 시작했다.
저자들은 이미 19세기 말부터 책 읽는 독자들이 줄고 있다고 아쉬워한다. 그럼에도 시공간을 가로지르며 책과 삶을 일치시키기 위해 뛰어다닌 사람들의 기록을 읽으며, 책의 종말을 이야기하는 시대의 출판평론가 역할은 과연 무엇일까, 슬며시 부끄러움이 밀려든다.
장동석 출판도시문화재단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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