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평론가의 서재

책의 종말이 종종 언급되는 시대다. 책이 세상 모든 콘텐츠의 근간임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지만, 그것에 가닿으려는 이들이 많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가만 돌아앉아 옛사람들은 무엇이 그토록 간절하여 책을 읽으려고 했는지, 한편으로는 어떤 욕망을 따라 소유욕을 불태웠는지 궁구한다. 1881년 출간된 스코틀랜드의 시인이자 문학평론가 앤드루 랭과 영국의 시인이자 비평가 헨리 오스틴 돕슨의 ‘책 사냥꾼의 도서관’(글항아리)은 책이라면 사족을 쓰지 못했던 이들과, 그 책들이 온갖 향연을 펼치는 공간에 스스로를 유폐한 사람들의 흥미로운 삶을 복원한 책이다.

프랑스는 19세기 말 책 수집가들에게 은혜로운 공간이었다. “필경과 인쇄, 책의 장정 같은 예술 분야가 가장 훌륭한 솜씨를 발휘하는 곳”이 바로 프랑스였기 때문이다. 파리에서 책 사냥에 나서려면 아침형 인간이 되어야만 했다. “오전 일곱 시 반부터 아홉 시 반까지”가 소위 낚시꾼들이 말하는 “물때”이기 때문이다. 고서적 노점상이 이 시간에 책을 꺼내 진열하면, 규모가 더 큰 서적상의 대리인들이 가치 있음 직한 책들을 쓸어간다. 아마추어 책 사냥꾼들이 즐거움을 만끽하려면 그만큼 부지런해야 함은 불문가지(不問可知). 왜 이런 수고까지 무릅쓰고 책을 곁에 두고자 할까. 저자는 말한다. “책은 친구이며, 계속해서 변화하는 친구로서 우리 자신의 변화 또한 환기시키는 존재다.”

책 사냥꾼들이 사랑한 책 중 최고는 “필사본”인데, 이유는 간단하다. 모든 필사본은 “세상에서 오직 하나밖에 없다는 사실” 때문이다. 필사본이 완전한지 판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공부밖에는 도리가 없었다. 특히 “채식 필사본을 수집하고 싶은 수집가”는 대영박물관 등을 다니면서, 즉 “시간을 들여 진지하게 공부해야”만 했다. “삽화가 들어간 책”도 마찬가지다. 삽화가 책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시작한 것은 18세기 중후반인데, 텍스트의 이해도를 높일 뿐 아니라 그 자체로 아름다움을 독자들에게 선사하기 때문이다. “천국에서 온 사자의 지시를 받아” 작업한 삽화가 담긴 작품이라는 찬탄을 받은 책도 있다. 사회 풍자에도 삽화가 적절한 역할을 수행하기 시작했다.

저자들은 이미 19세기 말부터 책 읽는 독자들이 줄고 있다고 아쉬워한다. 그럼에도 시공간을 가로지르며 책과 삶을 일치시키기 위해 뛰어다닌 사람들의 기록을 읽으며, 책의 종말을 이야기하는 시대의 출판평론가 역할은 과연 무엇일까, 슬며시 부끄러움이 밀려든다.

장동석 출판도시문화재단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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