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국회의원 선거일이었던 지난 4월 10일 서울 동작구 상현중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지에 기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일이었던 지난 4월 10일 서울 동작구 상현중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지에 기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4050 그들은 누구인가 - (1) 대한민국 정치의 ‘큰 손’

86세대 군사정권 맞서며 성장
2030때 노무현 정권 탄생시켜
노 탄핵 당시엔 촛불집회 주역

보수 진영에는 강한 반감 가져
동일한 경험과 인식 바탕으로
같은 경향의 ‘제너레이션 효과’




40~50대 유권자들은 주요 선거마다 더불어민주당 등 범진보 정당에 표를 몰아주는 ‘비(非)보수 블록’, 다시 말해 진보 블록을 형성해 선거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들은 대한민국 정치·경제·사회·문화 분야의 주류이자 기득권층이 됐지만 ‘반(反)기득권·반(反)권위주의’ 의식이라는 이율배반적인 인식을 보이며 주요 선거 때마다 보수 정권 심판론에 손을 들어준 것이다. 특히 이들 세대는 나이가 들수록 보수화된다는 ‘에이징(aging·연령) 효과’보다는 동일한 경험과 의식을 바탕으로 정치와 권력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며 같은 투표 경향을 보이는 ‘제너레이션(generation·세대) 효과’를 강하게 보여왔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 정치의 힘을 아는 4050세대…정치적 효능감 커 = 3일 문화일보가 정치인·교수·진보 지지층 등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 40~50대는 다른 세대에 비해 정치적 효능감이 컸다. 이들은 20대 시절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를 통해 고졸 출신 노무현 전 대통령을 탄생시켰다. 또 국회가 노 전 대통령 탄핵소추를 통과시키자 촛불집회를 주도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40~50대는 노무현을 지지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위해 촛불을 들었다”며 “정치가 세상을 바꾼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정치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진단했다. 이명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들은 낙관적인 데다 숫자가 많기 때문에 우리가 나서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며 “노무현 탄생, 탄핵 집회 등으로 정치적 존재감을 입증하고 체감해 왔다”고 분석했다.

◇ 학생 시절 운동권 선배들 귀동냥, 민주주의 작동에 관심…X세대로 탈권위 = 이들이 비보수 블록을 형성한 배경에는 이들의 생애주기와 관련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이들은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세가 급격했던 1965년부터 1984년 사이 태어났고, 1984년부터 2004년 사이에 대학에 진학했다. 국내 대학 진학률이 37.8%에서 81.3%까지 급상승한 기간이다. 86세대인 50대와 60대 초중반의 경우 군사정권과 대립했고, 이들의 영향을 받은 40대는 민주주의 의식을 깊이 체화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탄생시킨 노 전 대통령의 죽음 등을 지켜보며 이른바 보수 진영에 대한 강한 반감을 가지게 됐다는 것이다. 지역구는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에 투표한 박모(58) 씨는 “학생운동에 관심이 있거나 열심히 참여한 학생들과 대학 시절 교류를 쌓다 보니 그 시기에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세워졌다”고 말했다.



40대 중후반과 50대 초중반인 1970년대생들은 1990년대 대중문화의 영향을 받은 ‘X세대’라는 점도 특징이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굉장히 개인주의적인 첫 세대”라며 “개성과 자유가 중요시된 시대를 통과하면서 기성세대가 됐기 때문에, 보수가 갖는 권위주의적 이미지는 이들에게 매우 부정적이고 마이너스로 작용한다”고 했다. 이런 40~50대에게 보수 진영은 권위주의를 대표하는 집단으로 인식됐다. 지역구·비례대표 모두 민주당에 투표한 의사 유모(43) 씨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의 도덕성을 공격하며 공정을 외치던 윤석열 정부가 김건희 여사 등 여권 인사에 대해서는 수사하지 않고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이 이제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기득권층인데도 반기득권 의식이 강한 것은 존재와 의식의 괴리를 보여준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 20년간 진보 대통령 밀어…향후 10년간 진보색 유지 전망 = 40~50대의 보수 진영에 대한 강한 거부감은 시대를 관통했다. 2002년 16대 대선에서 20대의 59.0%, 30대의 59.3%가 진보 측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했다. 10년 후인 2012년 18대 대선에서 30대는 66.5%, 40대 55.6%가 진보 측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에게 투표했다.

또다시 10년이 지난 2022년 제20대 대선에서 40대의 60.5%, 50대의 52.4%가 진보 측인 이재명 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했다. 이들은 향후 선거에서도 계속 진보 성향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을 찍은 주부 최모(56) 씨는 “보수 정당은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이기적 집단이고 거짓말을 잘한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며 “보수 정당에 투표한 적이 한 번도 없고 앞으로도 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구통계와 출산율·사망률을 종합하면 10년 뒤에는 5060이, 20년 뒤에는 6070이 가장 큰 유권자 그룹이다.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는 “나이가 들어도 보수화되기보다는 제너레이션 효과를 보이기 때문에 앞으로 세대 간 투표 간극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86세대 후배들로서 직접 대중적 학생운동은 해보지 못한 채 관념적이고 수구적인 급진성을 체화했다”며 “행정 권력은 보수가, 의회 권력은 진보가 잡아 대립이 극대화되면서 정치적 암흑기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강한·염유섭·권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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