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마실 때 곁들여 먹는 음식이 있는데 우리는 이를 ‘안주’라고 부른다. ‘酒(술 주)’는 한자이고 그 앞의 글자도 틀림없이 한자일 텐데 어떤 한자일까? 느낌만으로 추정해 보면 ‘安(편안할 안)’을 쓸 것 같은데 아니다. 이 글자에 손을 뜻하는 ‘手’에서 유래한 글자가 옆에 붙은 ‘按’이다. 이 한자는 ‘누르다, 어루만지다, 당기다’는 뜻이다. 우리는 술을 마실 때 속이 편안해지라고 먹는데 한자의 뜻은 그게 아니지만 어떤 뜻으로 보든 곱씹어 볼 만하다.

술을 누른다는 뜻으로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술이 독하게 느껴지는 것을 누르고 술기운이 오르는 것도 누르니 좀 더 편안하게 마실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술을 어루만진다는 뜻으로 볼 수도 있다. 술 때문에 속이 쓰리거나, 취기 때문에 정신이 혼미해질 때 그것을 잘 어루만져주면 몸과 마음이 편안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뜻으로 보든 결국 편안하다는 뜻과 통하니 우리가 가지고 있는 통념과 맞아떨어지기도 한다.

문제는 술을 당긴다는 세 번째 뜻이다. 술꾼들은 기름진 중국 음식을 먹을 때는 고량주와 함께 먹어야 한다고 말한다. 파전이나 홍어에는 막걸리를 먹어줘야 하고, 치킨은 맥주와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결국 안주가 술을 당기게 하는, 즉 생각나게 하는 격이다. 안주가 술을 당기고 술이 안주를 다시 당기니 무한반복에 빠져든다.

‘깡술’이란 말은 사전에 올라 있지도 않은데 우리가 꽤 자주 쓴다. 술만 마시면 몸에 안 좋다는 생각 때문에 깡술은 권하지 않는다. 그리고 속을 보호한다며 좋은 음식을 안주로 준비하기도 한다. 술이 몸에 안 좋은 것이라면 술을 억누르는, 즉 술 생각이 안 나게 하는 음식이 안주이면 좋을 텐데 그런 용법으로 쓰이지는 않는다. 안 마시면 편안할 텐데 굳이 마시면서 억지로 누르고 당기는 싸움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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