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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상담소

▶▶ 독자 고민


어렸을 적부터 바쁘셨던 부모님이 저에게 관심을 주지 않으셔서 그런지, 외로움을 많이 타는 성격입니다.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대학과 직장을 다녀 혼자 산 지 꽤 됐는데도, 혼자 있는 시간을 견디기가 참 힘듭니다. 혼자만의 사색하는 시간도 필요하다는 점은 알겠는데, 주말에 혼자 있으면 뭔가 공허하다 싶어서 친구를 찾게 됩니다. 연애를 시작해도 조금만 연락이 늦으면 못 견디고 쉽게 외로움을 느껴요. 오히려 닦달을 하다가 멀어지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에게 집착하는 모습이 혹시 경계선 인격장애가 아닐까 하는 걱정도 되고요. 원래 외로움을 잘 타는 사람도 외로움에 강한 사람이 될 수 있는 건가요.

A : 평소 홀로 있을 때도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준비해야

▶▶ 솔루션


요즘 경계선 인격장애에 해당된다고 걱정하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그러나 인격장애란 쉽게 진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단순히 만성적인 공허함을 느끼거나 외로움을 많이 탄다고 경계선 인격장애로 볼 수는 없습니다. 타인에 대해 극단적인 이상화와 평가절하를 하게 되는데, 즉 100% 좋은 사람과 100% 나쁜 사람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을 그렇게 이분법적으로 보게 됩니다. 사실 이런 특성은 외로움과 맞닿아 있기도 합니다. 타인을 이상화하게 되면, 그 사람 없는 내 삶이 더욱 비루하다고 느낄 수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성격장애는 단순히 체크리스트를 통해 진단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조차도 오랫동안 면밀히 방어기제를 관찰해 진단해야 합니다. ‘장애(disorder)’라고 진단하는 것은 조심하되 앞서 말씀드린 이상화와 평가절하의 특징 때문에 공허함을 좀 더 쉽게 느낄 수 있다는 점 정도를 기억하는 게 좋겠습니다.

사람에게 집착하는 분들이 혼자 있는 시간을 못 견디는 이유는 어린 시절부터 형성된 애착, 기질, 성격 등 여러 가지가 있을 것입니다. 당장 할 수 있는 일부터 찾아보자면, 대부분 다른 사람들과 만날 때는 재미있는 놀거리를 고민하는 반면, 혼자 지낼 때는 그냥 가만히 누워서 쉬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혼자 보내는 시간도 타인과의 시간만큼 소중히 여겨서 운동을 하거나, 맛있는 요리를 자신에게 대접하는 등 준비를 해본다면 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타인과의 만남처럼 주변도 정돈하고 몸도 깨끗이 한 상태로 말입니다.

사람들 사이에 살면서 사람에게 집착하지 않는 것은 원래 어려운 일입니다. 홀로 건강한 존재가 되기 위해서는 누구나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인생의 중대한 문제에서 우리는 언제나 고독하다… 남들에게 꼭 필요한 존재이면서 자신은 남들을 필요로 하지 않는 사람이야말로 진정 행복한 사람이다”라는 톨스토이의 말을 한번 곱씹어 보면 좋겠습니다.

하주원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홍보이사·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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