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 매입량 ‘1분기 기준 사상 최대’
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되자
러·터키 등 앞다퉈 금 사들여
각국 중앙은행 작년 1037t 매입
중국 225t… 21.7%로 최대 비중
한은, 2013년 20t 산 뒤 ‘제로’
“유동화 어렵고 오를대로 올라”
온스당 2400달러를 돌파한 ‘금값 러시’에도 전 세계 중앙은행이 올해 1분기에 금 보유량을 290t이나 늘리며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다.
중국, 러시아, 터키 등 각국 중앙은행이 금 보유량을 늘리고 있는 반면 한국은행은 지난 2013년 이후 금을 사들이지 않고 있다. 이미 금값이 오를 대로 올라 지금은 매입하기에 적절하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지만 한은이 시기를 놓쳤다는 지적도 있다.
8일 세계금위원회(WGC)의 ‘2024년 1분기 금 수요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중앙은행의 금 보유량은 289.7t 순증가했다. 이는 2000년 이후 집계된 1분기 기록 중 최고치다. 지난해 1분기(286.2t)보다 약 1%, 최근 5년 1분기 평균(171t)보다 69% 늘어난 수치다. 국가별로 보면 터키의 매입량이 30t으로 가장 많았고, 중국(27t), 인도(19t) 등 순으로 나타났다.
금융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누적되면서 각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 추세는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지역 불안이 한 축이다. 여기에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고금리 장기화 국면에도 둔화하지 않는 상황이 영향을 미쳤다. 통상적으로 금에 대한 수요는 저금리 시기에 늘어난다. 하지만 지난 몇 년 동안은 급격한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로 고금리 속에서도 금 수요가 오히려 늘어났다. WGC에 따르면 전 세계 중앙은행은 2022년 1081.9t, 지난해 1037.4t의 금을 매입했다.
특히 미·중 갈등 격화 속에 중국이 미국 국채를 팔고 금을 대규모로 사들이면서 금 가격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지난해 중국 런민(人民)은행의 금 매입량은 225t으로 전체의 약 21.7%에 달했다. 금 가격은 지난달 16일 2413.8달러를 기록했다가 다소 내렸지만 이달에도 2300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다. 각국이 앞다퉈 금 보유량을 늘리는데도 한국은 2013년 20t 매입 이후 11년째 금을 추가로 매입하지 않고 있다. 금은 채권이나 주식에 비해 유동화가 어렵기 때문이다. 금은 외환보유액 중에서도 최후의 수단이라 사실상 내다 파는 것이 어렵다는 점도 작용한다.
금을 팔아야 할 정도로 외환보유액이 줄었다는 신호로 시장이 인식하면 외환시장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 이자나 배당이 없는 무수익 자산이며 가격 변동성이 있다는 점도 금 투자를 제약하는 요인이다. 특히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최근 상황에서는 금을 매입하기에 더욱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원화 약세 방어를 위해 달러를 매도해야 하는 시장 개입이 계속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2022년 초 4600억 달러 수준에서 최근 4100억 달러 선으로 떨어졌다. 향후 추가 상승 여력이 불확실하다는 점도 금 매입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각국이 금값이 오를 거라고 보고 금을 많이 매입했는데 한은만 포트폴리오에서 금의 비중이 낮은 것은 자산배분 실패”라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focus@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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